▲ 서사하라의 독립을 주장하는 폴리사리오 전선 대원들
영유권 분쟁 지역인 아프리카 서사하라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해온 유엔 서사하라임무단(MINURSO)이 단계적 철수에 착수했습니다.
모로코의 주권 아래 서사하라 지역 자치를 주장해온 모로코 정부는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독립을 주장하는 '폴리사리오 전선'과 이를 지원하는 알제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어제(2일,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MINURSO 청산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군사 감시 요원 약 160명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민간인 등 관련 인력 180명을 감축하며, 시설 13곳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습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이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임무단 철수가 서사하라 주민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당사자에게 서사하라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철수는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자치안 지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면서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임무단 임기 연장 결의안이 잇달아 부결된 데 따른 것입니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모로코 자치안을 협상의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러시아가 제안한 기존 임무 단순 연장안도 찬성표 부족으로 부결됐습니다.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 식민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직후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이 지역의 행정권을 넘겨받으면서 영유권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모리타니는 1979년 영유권 주장을 포기했지만 모로코는 서사하라 대부분을 계속 통제해왔습니다.
알제리의 지원을 받는 서사하라 독립운동 세력 폴리사리오 전선은 1976년 사라위 아랍민주공화국(SADR) 수립을 선포하고 모로코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습니다.
약 16년간 이어진 무력 충돌 끝에 유엔은 1991년 양측의 휴전을 중재하고 MINURSO를 창설했습니다.
임무단에는 휴전 감시뿐 아니라 서사하라의 최종 지위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준비하는 임무도 부여됐습니다.
애초 1992년 독립과 모로코 편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투표 참여 자격을 갖춘 주민 범위와 유권자 신원 확인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모로코는 2007년 서사하라 자치권 부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서사하라 주민들이 내부 문제를 직접 관리하되 국방과 외교는 모로코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폴리사리오 전선과 알제리는 독립을 주민투표 선택지에 포함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폴리사리오 전선은 2020년 11월 무장투쟁 재개를 선언했고 이후 서사하라에서는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로코는 MINURSO 철수를 자국의 자치안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대할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미국이 2020년 모로코의 서사하라 주권을 인정한 데 이어 프랑스도 2024년 모로코 자치안을 지지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모로코에 우호적인 기류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MINURSO의 철수가 전투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습니다.
모로코 국제관계 전문가 이삼 라루시는 BBC에 "임무단 철수로 서사하라의 취약한 안보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호단체 옥스팜도 임무단의 감시·긴장완화 역할이 사라지면서 안정성이 훼손되고 민간인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폴리사리오 전선은 아직 구체적 대응 방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투가 재개될 경우 알제리까지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모로코와 알제리가 지난해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며, 서사하라를 둘러싼 양국의 분쟁을 군비 증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