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게 청소년들 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실태, 지난주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해외 직구로 환각 성분이 강한 약을 들여오는가 하면, 마약류 성분이 든 약까지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겨울, A 씨는 중학생 딸의 감기약이 하루아침에 절반 넘게 사라진 것을 이상하게 여기다 딸이 SNS를 통해 감기약을 대량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 씨/약물 중독 청소년 어머니 : 일본산 기침약인데 거기에는 마약 성분이 좀 들어 있거든요. 적게는 스무 알, 많게는 오십 알 넘게도 먹어요. 아주 낮은 문턱에서 자기들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개인 디엠으로 서로 정보 공유하고.]
처음에는 일반 감기약으로 시작했지만, 내성이 생기자 마약 성분이 든 약까지 암암리에 사고파는 겁니다.
A 씨 딸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소년 재판에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마약류가 아닌 대체 약을 해외 직구로 들여오기도 하는데, 통관에서 걸려도 폐기될 뿐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A 씨/약물 중독 청소년 어머니 : 아이들이 우회 통로로 생리통 약이나 신경통 약을 구매하는데, 걸려도 법적인 처벌이 없고 그냥 돈 날리는 것밖에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관세청 여러 군데 민원을 넣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10년 넘게 약물 중독 청소년을 치료해 온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응급실을 찾는 청소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합니다.
[이지숙/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 : 중학생들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는 게 보입니다. 60알을 먹었는데, 그 아이가 기숙학교에 있었던 아이입니다. 발견이 늦게 돼서 이미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실려갔던 그런 케이스가 있었고….]
놀이처럼 시작한 약물 복용이 더 위험한 약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이지숙/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 : '판매를 막자' 이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아이들이 왜 약을 먹고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걸 어른들이 환경을 고쳐줘야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사회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줘야 된다고 봐요.]
10대들의 약물 구매 경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점검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강시우, 영상편집 : 김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