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사당 외경
사립고등학교 교사가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국회의원 보좌관을 겸직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반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교사 A 씨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임명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지난 2009년부터 사립고 교사로 재직하다 고용 휴직 중이던 2020년 6월 당시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정책보좌관(일반직 4급 상당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국회 사무총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교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는 보좌직원의 신분을 동시에 보유할 수 없다"며 A 씨의 보좌관 임명을 취소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정합니다.
사립학교 교원은 복무와 관련해 국립학교·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역시 이런 정치적 행위가 금지됩니다.
반면 국회의원 비서실장과 보좌관, 비서관은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A 씨가 임명취소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1심은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 재판부는 고용 휴직으로 교육 현장을 떠나 입법 활동 지원 업무를 하는 경우 보좌관 임명만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임명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사립학교 교원 신분을 유지한 채 고용 휴직 상태로 정치를 본연의 업무로 하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의 관점에서 양립 불가능한 지위를 겸유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직무는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행위, 정치운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나아가 사립학교 교원에게 금지되는 정치운동 또는 정치적 행위는 "근무 시간 내에 또는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20년 4월 초·중등학교 교원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을 금지한 조항에 명확성 원칙 위반을 들어 위헌을 선언하면서도 '정당'에 관한 부분에는 "학생들의 가치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교육자로서의 특별한 처신이 요구된다"는 점을 들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점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아울러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요청이 국공립 학교 교원에 비해 사립학교 교원에게 줄어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