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오늘(1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151개 상장사의 명단을 처음 공개하면서 기업의 밸류업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명단 공개에 그치지 말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저PBR 기업 공표 제도는 이름을 밝혀 망신을 주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방식을 통해 낮은 주가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누르는 기업의 가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낮은 PBR에도 지배력 확대 등 대주주 이익을 위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관행을 바꾸도록 시장 압박을 강화하려는 취지입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의미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으로, 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024년 5월 밸류업 공시 제도가 시행됐지만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참여도가 기대보다는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저PBR 기업은 PBR이 최근 6개 반기 연속으로 하위권에 속하거나 최근 7개 반기 중 6개 반기 하위권에 속한 곳입니다.
시장별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업종 내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입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지난 3월 '2개 분기 연속 하위 20%'를 공표 대상 예시로 제시했지만, 산업별 호황·불황 주기와 성과 가시화 기간 등을 고려해 적용 기간을 늘리고 비율 기준도 조정했습니다.
공표된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상장공시 시스템 내 '밸류업 페이지'에 다음 공표일 전날까지 게시되고, 각 증권사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보는 종목명에도 '저PBR' 표시를 받게 됩니다.
다음 공표일은 내년 5월 4일입니다.
저PBR 기업 명단은 매년 5월과 11월 첫 거래일에 이뤄집니다.
다만 '저PBR 개선 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저PBR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기업은 1년 동안 공표를 면제받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명단 공개로 일단 기업 경영진의 밸류업 참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명단이 주는 가치는 저평가 기업 목록이라는 것보다는 주가를 의식해 경영하는, 즉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하는 경영을 촉진한다는 데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명단 포함 여부보다 밸류업 공시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 기업을 판단할 근거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PBR 산정은 주가와 자본 총계의 변화 속에서 이뤄지는데, 시장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향방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면 결국 분모에 해당하는 자본(순자산)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 증가 또는 배당 확대 등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행된 이후 자사주 매입이 늘면서 저PBR 국면을 탈피하는 기업이 나타난 바 있다고 나 연구원은 전했습니다.
또한 그는 "PBR을 더욱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 발행은 제한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투자자가 저PBR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주주 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주 환원 여력을 가진 기업이나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특례 적용을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가운데 일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실제로 특례가 적용돼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더해 '저PBR 개선 계획' 서식에 맞추어 열 개 핵심 지표 등의 준수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데 이에 맞춘 기업이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공시 서식을 담은 지침의 적용 시점이 9월 11일이라는 점에서 공시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서도 "저PBR 개선 계획이 상세하게, PER(주가수익비율) 및 ROE(자기자본이익률) 요소별로 저PBR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공시 부담이 높아 기업들이 빠르게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획 이행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명단 공개 뒤 (순자산가치) 할인율에는 공시보다 계획 이행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실질적인 PBR 개선을 위해 1:1 맞춤형 컨설팅과 저PBR 기업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 촉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저PBR 기업 명단 공표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