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미국이 다음달 초 중간선거 후 이란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쟁 재발을 피하려는 외교적 노력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군사옵션 준비를 마친 미국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중재국을 통해 협상 재개를 위한 양측의 물밑 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접점이 있는지는 미지숩니다.
미군의 중동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은 현지시간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이란 군사공격 선택지를 직접 보고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 회의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날에는 군 장성들이 JD 밴스 부통령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WSJ은 중부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미국이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가 끝난 뒤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그는 지난 23일 유세에서 올봄 대이란 폭격 작전을 거론하며 "우리는 또 한 번 작은 '장대한 분노' 작전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들(이란)이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군은 최근 중동에 방공체계와 탄약 등을 추가 배치하고 이란의 보복 공격에 취약한 기지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대이란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스라엘도 가세할 것이라고 최근 장교 임관식에서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이스라엘에는 패트리엇 방공포대를 추가 배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전쟁 재개를 염두에 둔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준비를 넘어 이란에 파멸 우려를 안겨 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과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최고위급이 최후통첩식으로 협상을 전격 제안한 점은 그런 맥락으로 읽힙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의 강경파 안보 수장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며 협상을 위한 직접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주로 카타르의 중재를 거쳐 작성된 이 서한은 지난 25일 레자이 사무총장에게 전달됐으며, 이란의 답변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습니다.
서한에는 이란이 협상 초기부터 핵 프로그램에 관한 약속을 하고, 미국의 제재 완화를 대가로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중간선거 이후 새로운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지 여부는 협상 재개를 제안한 밴스 부통령의 친서에 이란이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린 셈입니다.
밴스 부통령은 전쟁에 다소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온도 차를 노출해 왔습니다.
그만큼 밴스 부통령이 직접 서한을 보내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이 외교적 해결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볼 때 미국과 이란은 주요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거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협상 초기부터 내놓기를 원합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동결 자금을 풀어줘야 하며, 핵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란 측 협상단장을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엑스를 통해 "이란의 7가지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만 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건에는 제재 해제, 자산 동결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면서 "이란의 조건은 중재국들에 반복해서 명확하게 전달됐다"며 "당근과 채찍 접근법은 이란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카타르를 중심으로 한 중재국들은 이란의 핵시설 사찰 허용과 미국의 일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재국들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대규모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이란을 설득 중이라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전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고 최소한 액면으로는 계속 호전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 4척이 기뢰에 부딪혀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군이 주요 통항 항로의 기뢰를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자국이 허락하지 않은 항로에 여전히 기뢰가 매설돼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비인가 항로에는 기뢰가 매설되어 있으며, 항로 통과에 따른 책임은 선주와 선원에게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미 중부사령부의 망상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