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지역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이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부담에 옴싹달싹 못하며 각종 사업을 접고 있습니다. '재정 비상사태' 선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건데요.
자치단체마다 들이닥친 '고령화 청구서', TBC 전형서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취임 한 달 만에 소방차 예산까지 삭감한 추미애 경기도지사.
[추미애/경기도지사 (지난 8월 5일) :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합니다.]
재정 비상 선포는 유행처럼 번져 나갔습니다.
인천 등 광역단체에 이어 포항, 부산 남구와 사상구 등 기초단체까지 앞다퉈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대구에서는 달서구가 600억 원어치 사업을 접기로 했습니다.
예산 1조 원이 넘는 달서구,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달서구의 비상금 격인 '통합재정안정화 기금'이 딱 3억 원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따져보았습니다.
달서구 한 해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회복지비로 전체의 73%를 차지합니다.
다른 데 쓸 돈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인구 52만 명의 초거대 자치구인 탓에 부양해야 할 고령층의 수만 10만 명, 중구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국가 지원은 적습니다.
'노인 수'가 아니라 '노인 비율'에 따라 기초연금 등이 지급되기 때문인데, 2년 전 노인 비율이 20%가 안 되는 달서구와 수성구, 중구는 국비를 80% 밖에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노인 비율이 20%가 넘는 나머지 지역은 기초연금의 90%를 국비로 받고 있습니다.
노인 복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노인 비율을 계속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한푼이 아쉬운 기초단체들은 구비를 부담해야 하는 국비 사업마다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김용판/대구 달서구청장 : 작년과 올해 민생 쿠폰과 고유가 피해 지원 금액 150억에 우리 자금이 쓰였습니다. (정부의) 현금성 복지 시책이 또 내려오지 않기를 그냥 빌고 또 빕니다. 간절히 바랄 따름입니다. 그게 제 마음입니다.]
같은 이유로 부산 사상구는 치매요양시설을, 대전은 어르신 교통 지원을 줄였습니다.
다음에는 취약 계층을 위한 필수 복지 예산이 삭감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재원/부경대 행정복지학부 교수 : 국가 표준적인 사업들은 국가 사무로 전환해서, 여유가 생기는 부분들은 각종 돌봄 사업같이 지방이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지방이 자기 책임 하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1990년대 초 입주한 1기 신도시들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복지비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종영 TBC, 디자인 : 변형일 TBC)
TBC 전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