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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잔 때문에 기사회생?…대법원이 음주운전 판결 엎은 이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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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 핵심요약

음주 측정 절차 하자로 뒤집힌 판결:

혈중알코올농도 0.081%(면허 취소 수준)로 1·2심 유죄를 선고받은 음주 운전 재범자에 대해, 대법원이 음주 측정 전 '입 헹굴 물(200ml) 미제공' 등 적법 절차 위반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구속력 가진 적법 절차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입 헹굼 절차는 잠들어 있었거나 음주 후 20분이 지났다는 이유로 생략할 수 없으며, 위법하게 수집된 측정 결과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증거 수집 절차의 중요성 부각:

음주 운전 단속 현장의 수사 절차 준수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2023년 12월 세종시의 도로 한가운데서 시동을 켠 채 멈춰 있는 화물차 한 대가 발견됐습니다. 운전자 김 씨는 잠든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음주 측정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081%,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1심과 2심은 김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물 한 잔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2019년에도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검찰은 음주 운전 재범 혐의를 적용했고, 김 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대법원에서 의외의 판결이 나옵니다. 김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01. 물 한 잔 때문에 뒤집혔다

갑자기 판결이 뒤집힌 이유가 뭐였을까? 경찰이 음주 측정 전 김 씨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2017년 경찰청은 교통단속 처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음주 측정 전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물 200ml를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2023년 7월부턴 이 절차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도 명시돼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음주 측정 당시에는 이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경찰이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선 김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죄가 선고됐지만, 김 씨의 주장은 대법원에선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잠든 김 씨에게 물을 주려고 다가갔다가 그냥 돌아섰는데, 이후 김 씨가 갑자기 측정에 응했지만 입을 헹굴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김 씨가 잠들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에서 정한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물 제공 절차를 따르지 않은 음주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겁니다.

02. '입 헹굼'이 쟁점이 된 이유

상반된 판결에서 쟁점이 된 건 김 씨의 입에 남아 있던 잔류 알코올이었습니다. 1심에선 '김 씨가 술을 마신 뒤 20분 넘게 지나 측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입안에 남은 알코올이 측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 음주 단속 현장에선 딸꾹질, 트림 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20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음주 측정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김 씨의 실제 음주 수치가 더 낮았다고 인정한 건 아니고 실제 측정 결과가 정확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때 그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입안에 남아 있는 알코올은 실제로 음주 측정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1978년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고 알코올 음료를 입에만 접촉시킨 뒤 호흡 측정을 했을 때 입안에 남은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지기까지 10분에서 19분이 걸리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물로 입을 헹구자 그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입안에 남은 알코올이 측정값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물로 입을 헹구면 그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03. 15분이 뒤집은 판결

미국 미시간주 경찰은 음주 측정 전 최소 15분 동안 운전자를 관찰할 걸 지침으로 명시했습니다. 검사 전 흡연이나 역류 등 수치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측정 결과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5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자신의 음주 운전 혐의를 인정했던 운전자가 호흡 측정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음주 측정 전 최소 15분간 운전자를 관찰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아 측정 결과의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2021년에도 측정 절차의 결함으로 측정 결과가 증거에서 배제된 비슷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국내 음주 운전 재판에서도 측정 절차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측정 수치가 처벌 기준에 가까울수록 소량의 잔류 알코올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바디캠이나 블랙박스 등 단속 당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음주 운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121명. 음주 운전은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범죄인 만큼 음주 운전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처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정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처벌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물 한 잔이 가른 이번 판결. 음주 운전에 대한 엄중한 처벌만큼이나 그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Deep Dive Q&A

Q1. 음주 측정 전 운전자에게 '입 헹굴 물'을 제공해야 하는 법적 근거와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대법원이 적용한 법리는 무엇인가요?

A1.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적법 절차로, 호흡 측정 전 입안에 남은 잔류 알코올이나 역류물로 인해 측정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ml의 물을 제공해 입을 헹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근거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수집한 음주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증거능력)로 쓸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을 적용하여 파기환송했습니다.

Q2.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향후 음주 운전 단속 및 관련 재판 현장에 가져올 구체적인 변화와 영향은 무엇인가요?

A2. 음주 단속 현장에서 경찰관의 수사 매뉴얼 준수 의무가 대폭 강화될 것입니다. 단속 수치가 처벌 기준선 근접 영역에 있는 피의자들의 절차적 하자 제기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사기관은 단속 시 물 제공 여부, 관찰 시간 확보, 피의자 진술 등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 바디캠 촬영 및 현장 채증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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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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