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젠하워가 대통령 시절 지구본을 만지는 모습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 2차 대전 유물인 '아이젠하워 지구본'을 옮겨 놓으려다 떨어트려 파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 지구본은 미국에서 추앙받는 군인 중 한 명이자 1953∼1961년 미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썼던 것으로, 193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지름 30인치(약 76㎝)짜리 대형 스탠드 지구본입니다.
아이젠하워는 지구본을 유달리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향배를 갈랐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지휘관이던 아이젠하워는 육군 장군으로 복무할 당시 두 개의 대형 지구본을 사용했고, 이들 지구본은 국방부의 유물 보관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이 가운데 한 개를 자신의 집무실로 옮기도록 지시했다가 '사고'가 난 것은 올해 2월이었습니다.
지구본을 옮기려던 직원들이 미숙한 손놀림으로 떨어트렸고, 지구본의 남극 대륙 부분이 찢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본래 이 같은 군사사(史) 유물은 전문적인 취급 인력이 다루게 돼 있지만, 헤그세스 장관이 '지구본 이동 작전'을 지시했을 당시 공교롭게도 미 행정부는 부분 셧다운(일시적 기능정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탓에 육군 내 해당 인력들은 휴직 상태였습니다.
지구본을 옮기려다 떨어트린 날, 부분 셧다운은 종료됐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전문 인력의 손에 맡겨도 되는 일이었지만, 헤그세스 장관의 "명백해 보이는 인내심 부족"에 주먹구구식 작전이 강행됐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국방부는 사고를 쉬쉬했지만 소문이 퍼졌고, "지구본의 구형(球形) 부분이 회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금속 지지대에서 분리됐다"고 인정하며 "현재 수리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습니다.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퇴역 준장 타이 사이둘은 "헤그세스는 전쟁과 평화 양쪽에서 뛰어났던 아이크(아이젠하워의 별명)처럼 되기 위해 아이젠하워를 상징하는 토템을 원한다"며 "그 지구본이 그에게 아이크가 지녔던 겸손함과 지성, 판단력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미 의회도서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