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세계 수많은 웹사이트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에서 심각한 보안 결함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커가 이걸 악용하면 웹사이트 장악은 물론, 정보까지 빼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각국 정부는 보안 업데이트를 서둘러 설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뉴욕에서 김현우 특파원입니다.
<김현우 기자>
프랑스 정부 포털 사이트가 멈춰 섰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도 점검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포털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70% 정도가 쓰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보안상 심각한 허점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럽 일부 국가들이 예방 차원에서 사이트 접속을 막은 겁니다.
PHP 측은 사이트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외부에서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결함이 2건 확인됐다며 어젯(21일)밤 11시 보안 업데이트를 급히 배포했습니다.
보안 취약성을 평가하는 국제 기준에서 10점 만점에 9.2점을 받을 정도로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보안당국은 업데이트가 어렵다면 웹사이트를 아예 닫아두라고 권고했고, 일본도 총리까지 나서서 긴급 업데이트를 당부했습니다.
[라이언 오스틴/보안 업체 연구원 : 이번 취약점을 악용하면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듯 웹사이트 서버에 침입할 수 있습니다. 내부 전산망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며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이번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에는 인공지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걸로 파악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그동안 위험성을 제대로 몰랐던 결함을 AI를 활용해서 밝혀낸 겁니다.
[토머 슈워츠/보안 업체 연구원 : 12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그 말은 5년 전, 10년 전에 만든 웹사이트도 여전히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보안 업데이트 공개 예정일보다 이틀 앞선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부랴부랴 공개를 하루 앞당겼는데, 그 사이 해커들이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PHP 측은 2년 전 보안 감사에서 이미 결함의 징후를 발견하고도 수정을 미뤄왔다며, 결정 구조와 인력 부족 탓에 대응이 늦어졌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희훈, 영상편집 : 박춘배)
---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PHP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국내에서도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대체 어떤 문제이고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공격 원리부터 우리 상황까지, 이어서 최승훈 기자가 짚어드리겠습니다.
<최승훈 기자>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로그인하거나 물건을 주문하면, 그 요청을 확인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직원' 같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언어가 바로 PHP입니다.
1995년 처음 공개돼서 지금도 쇼핑몰과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등에서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정보를 잠시 저장해 두는 '메모리'를 다루면서 두 가지 실수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커가 특정한 요청을 보내 PHP가 쓸 수 있는 메모리를 부족하게 만들 때, PHP가 오류를 일으킨다는 건데요, 잘못된 정보를 멀쩡한 정보로 착각하거나, 이미 버린 정보를 다음 손님의 것인 양 다시 꺼내 쓰는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해커는 이런 혼란을 틈타서 서버가 해커의 명령을 따르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로그인 없이도 개인정보를 빼돌리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는 거죠.
개발진은 취약점을 고칠 때까지 공격 방법을 비밀에 부쳤지만, 보안 패치 배포 업체 한 곳이 약속보다 6시간 먼저 수정된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어디를 고쳤는지 해커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 어디에 보안 구멍이 있었는지 거꾸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 즈엉/사이버 보안업체 캘리프 대표 : 이제는 보안 패치만 살펴봐도 공격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진 겁니다.]
국내에서도 비상입니다.
사이버 보안업체 안랩은 취약한 PHP 버전이 설치된 국내 서버를 약 11만 2천 개라고 추정했습니다.
정부는 오늘 낮 사이버 위기 경보를 '주의'로 높이고, 기업 2만 8천여 곳 등에 긴급 공지를 보냈습니다.
사이트 운영자는 보안 문제를 고친 PHP를 설치하고 서버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카페24와 가비아 등 국내 호스팅 업체들도 긴급 패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홈페이지는 업데이트하면 작동이 멈출 수 있어, 보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당장 업데이트가 어렵다면 외부 접속을 일시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