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스발바르 군도 빙하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 중금속이 유출되면서 노르웨이의 한 도시가 수돗물을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최대 정착지인 롱위에아르뷔엔 주민들은 영구 동토층 해빙과 연관된 중금속 오염으로 인해 수돗물을 더는 마시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롱위에아르뷔엔 주민들은 '얼음 연못'이라 불리는 길이 2.5㎞의 폐색호에서 주요 식수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 새로 암반이 노출되면서 금속 성분이 호수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북극에서 1천287㎞ 떨어진 롱위에아르뷔엔은 세계 평균 온난화 속도의 5∼7배에 달하는 속도로 온난화하고 있으며, 가을 기온은 10년마다 최대 섭씨 4도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스발바르대학센터의 북극 지질학 부교수이자 영구 동토층 전문가인 마르졸렌 베레는 "영구 동토층의 해빙과 황철석을 함유한 셰일 기반암의 지질학적 특성이 맞물려 상수도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레 교수는 황철석이 물, 산소와 접촉하면 산화해 산성을 띠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성된 산성 물질이 암석 속 중금속을 녹여내 수로로 흘러들게 한다"며 "롱위에아르뷔엔에서는 망간이 문제 되고 있지만, 다른 오염 물질도 암석에서 침출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롱위에아르뷔엔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9월 상수도의 망간 농도가 노르웨이 공중보건 당국의 기준치인 리터당 50㎍(마이크로그램)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되자 2천600명 주민에게 처음으로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당시 테리에 아우네비크 롱위에아르뷔엔 시장은 침전물 때문에 식수 수질이 예전부터 좋지 않긴 했지만 망간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우려했습니다.
높은 농도의 망간에 장기간 노출되면 어린이와 영유아에게 신경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당국은 지역 양조장에서 정수한 음용수를 중앙 탱크에 비치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임시 조처를 했습니다.
이후 망간 농도는 떨어졌지만 올해 초 황산염과 니켈 농도가 권장 음용수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져 상수도 사용 금지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질 조사를 지시한 아우네비크 시장은 상수도 공급 체계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토 중인 방안으로는 '얼음 연못'에 여과 시스템을 설치하고 담수화 설비를 비상용으로 두거나 반대로 담수화 시설을 주된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습니다.
아우네비크 시장은 어느 쪽이든 비용이 많이 들고, 수온이 종종 영하로 떨어지는 스발바르의 극한 기온으로 인해 기술적 난관도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항상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걸 당연시해 온 노르웨이에서, 지금처럼 물을 직접 운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다른 소규모 지역사회들도 이런 일이 식수원에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롱위에아르뷔엔의 수자원 오염이 북극 지역 사회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일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베레 교수는 "황철석과 중금속이 풍부한 기반암, 영구 동토층 해빙이라는 조건은 다른 북극 지역에도 존재한다"며 "이곳 사례는 기후 변화가 캐나다 북부나 알래스카 등의 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초기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