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13 대학 논술시험에 등장한 스마트 안경...시험 시작되면 바꿔끼기
01:15 AI 안경 써보니 "정답은 3번"
02:09 "아예 가져오지 말라"지만…막을 수 있나?
03:51 반수생이 AI 안경 쓰고 수능 보면 제재되나?
05:23 발전 속도 빠른 AI 안경...고민 깊어지는 교육당국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험생들은 막바지 정리 공부에 한창인데, 지금 이 시기에 수험생만큼이나 분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 감독관과 교육당국입니다.
1. 대학 논술시험에 등장한 스마트 안경...시험 시작되면 바꿔끼기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린 이유, 바로 AI 스마트 안경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선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 논술시험이 진행됐는데요, 이 시험에서 AI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됐습니다. 이 학생은 처음에는 일반 안경을 썼다가, 시험이 시작되자 AI 안경으로 바꿔서 착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연세대는 이 학생을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서울시립대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3일, 서울시립대에서 진행된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됐습니다. 일반 안경에 비해서 유독 테가 두꺼운 걸 수상하게 여긴 감독관이 확인을 요청해서 AI 안경인 걸 알아챈 겁니다. 이 수험생 역시처음에는 일반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이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하고, 향후 3년간 모든 전형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2. AI 안경 써보니 "정답은 3번"
저도 한번 AI 안경을 쓰고 시험을 풀어봤습니다. 저는 메타 AI가 탑재된 안경을 쓰고 2년 전 수능 영어영역 문제를 풀어봤는데요. 문제 해결을 부탁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로 답을 알려줍니다.
[수능 문제를 한 번 풀어볼게요. 헤이 메타, 19번 문제의 정답이 뭐야?]
[19번 문제의 정답은 3번입니다.]
물론 제가 착용했던 안경은 딱 봐도 테가 두껍고, 테에 작은 소형 장비가 탑재된 것도 보여서 AI 안경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안경테가 얇은 AI 안경들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경테가 얇고, 카메라 렌즈도 없는 AI 안경들이 나오는데, 이건 정말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3. "아예 가져오지 말라"지만…막을 수 있나?
수능 시험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우선 평가원은 AI 안경을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했습니다. 시험장에 아예 가져 오지도 말라는 겁니다. 만약 수능 시험 중에 AI 안경을 착용하다 적발되면 실제 그 기능을 사용했는지와 무관하게 부정행위로 간주됩니다. 그럼 올해 수능은 물론, 내년 수능까지 응시할 수 없습니다. 또, AI 안경을 착용하지 않더라도 응시장에 반입했다가 감독관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이 역시 부정행위로 간주되고요, 감독관이 안경 검사를 요구했는데 여기에 불응할 경우도 부정행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교육당국도 여러가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했지만. 관건은 AI 안경 반입 자체를 막을 수 있냐는 겁니다. 일단 금속 탐지기로는 일반 안경과 AI 안경 구분이 아예 안 됩니다. 전파 탐지기를 쓸 순 있는데, 전파 탐지기는 시험장 밖의 전파에도 쉽게 반응해서 실제로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을 그 자리에서 바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또, 시험장 주변 환경 여건 따라서 차이가 좀 있기 때문에 전파 탐지기 활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입니다. 결국 사전 방지가 아닌 사후 감독 영역에 맡긴 셈입니다.
[최교진/교육부장관 (지난 7일, 국정감사) : 스마트 안경 같은 경우 새롭게 나타나는 위협 요인인데, 그것이 발견되면 올해 수능에서의 자격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1년 후까지 그러니까 내년까지도 그 자격을 박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4. 반수생이 AI 안경 쓰고 수능 보면 제재되나?
시험에서 AI 안경을 쓰고 응시했다 적발되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까 이런 의문점도 생깁니다. 자, 첫 번째, 만약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반수생이 이번 수능을 보면서 AI 안경을 착용했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본인은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까, '걸리면 어쩔 수 없고, 안 걸리면 다행이다' 이런 생각으로 부정행위를 시도할 수 있지 않냐는 겁니다. 수능은 당연히 부정행위로 간주돼서 수능 응시가 제한되긴 하는데, 이 제재가 대학까지 바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고등교육법상 수능 부정행위자에 대한 제재는수능에 한해서 적용되기 때문에, 이 학생이 소속된 대학 차원의 징계가 자동으로 이뤄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반수생은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까, 수능 응시 제한조치가 이 사람에겐 별다른 페널티가 아닌 겁니다. 자 두 번째, 연세대와 서울시립대에서 AI 안경을 착용해서 적발됐던 수험생들은 다른 대학의 입학 전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까요? 교육부의 답변은 '아니다'입니다. 대학별고사 부정행위자에 대한 제재조치는 해당 대학에 한해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또 어떤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학간 공유가 안 되는 구조입니다. 즉, 연세대나 서울시립대에서 부정행위로 걸린 학생이 다른 대학의 전형에 응시해서 합격하면 버젓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겁니다.
5. 발전 속도 빠른 AI 안경...고민 깊어지는 교육당국
AI 안경을 활용한 입시나 대학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2024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입학시험에선 스마트 안경을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이 적발됐습니다. 이 학생은 AI 안경으로 시험지를 촬영한 뒤에, 외부에 보내서 답을 받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농업대학 기말고사에서도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한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 적발돼서, 해당 학교는 스마트안경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초소형 이어폰 등 각종 전자기기를 반입만 해도 0점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SAT 시험장엔 모든 형태의 스마트안경 반입이 금지됐습니다. 예전에는 손바닥에 볼펜으로 답을 적어두거나, 아니면 책상 밑 서랍에 몰래 교과서를 넣어놓고 슬쩍 보는 방식으로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안경을 쓰고 AI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각종 탐지기술, 감독 방법보다 AI 안경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른 상황,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취재 : 조윤하,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최호준 이병주,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