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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아니면 극우로"…지친 청년들, 양극단으로 찢어진 이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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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 핵심요약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의 젊은 유권자들은 주거 비용 부담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사회주의 성향 정당과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은 주택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득 상황에 좌절하며 기성 중도 정당을 외면하고 자신의 불만을 대변하는 양극단 정치 세력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 내 남녀 성별에 따른 이념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성별 양극화 현상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사례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시작됩니다. 이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좌파당이 제1당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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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1당이었던 기민련이 18.8%의 득표율을 얻었는데, 좌파당은 무려 25.7%를 받아 총 45석을 차지하게 되었죠. 다만 베를린 주의회 의석이 총 153석이라서 과반인 77석에는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좌파당 홀로는 과반이 안되어서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만약 연정에 성공하면 좌파당 최초로 베를린 시장을 배출할 가능성도 있어요.

사실 이번 선거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원래 좌파당은 구 동베를린 지역에서나 지지세가 강했던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좌파당의 정체성이 동독의 사회주의통일당을 계승하는 정당이니까요. 물론 현재 좌파당에 진짜 공산주의 당원들은 많지 않고, 대다수가 정치체제로서는 민주제를, 경제체제로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주의 계열입니다. 그랬던 좌파당이 이번 선거에서는 베를린 중심부에서 대단한 득표율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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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선거구별로 득표율을 나타내봤습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베를린 도심 지역에서 좌파당의 지지세가 상당하죠? 원래 이 지역은 녹색당에 대한 지지가 강했던 곳인데 이번에 좌파당이 약진했어요. 반면 외각지역을 보면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AfD의 강세가 이어졌고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좌파당은 원내 소멸을 걱정하던 정당이었습니다. 당시 좌파당의 간판 정치인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기존 든든한 텃밭이었던 옛 동독 지역에서의 지지세는 계속 빠지고 그 빈틈을 극우 정당인 AfD가 차지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죠.

좌파당은 체질 개선에 나섰고 그 변화는 성공했습니다. 신규 당원 가입자의 약 70%가 서독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고, 여성 당원 비율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지도부도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틱톡 등을 활용한 소통으로 청년층을 사로잡았죠. 2023년 말 좌파당 당원이 5만여 명이었는데, 2025년 말에는 12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부활에 성공했어요.

부활의 키가 되었던 건 바로 주거문제였습니다. 특히 베를린 지역은 2000년대 이전에는 유럽 주요 도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이었어요. 하지만 통일 이후엔 인구도 늘어나고 자본도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죠. 가격 상승은 통일 직후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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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투자은행 IBB의 주택시장보고서 자료입니다. 2016년 베를린의 신규 임대 호가의 중앙값은 제곱미터당 9유로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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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5년엔 어떻게 변했을까요? 가격이 크게 올라서 중앙값이 15.78유로가 되었어요. 이렇게 상승한 임대 호가가 기존 계약 임대료와는 크게 차이가 나니 세입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겠죠. 젊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특히 더 감당하기 어려웠고요. 이 지점을 좌파당이 파고든 겁니다.

좌파당은 젊은 층의 주거 불안과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대형 임대기업이 갖고 있는 22만 채의 주택을 정부가 몰수해서 서민 아파트로 만들겠다, 또 시 당국이 갖고 있는 공공주택 약 40만 채에 대해서도 임대료 상한을 적용해서 임차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한 거죠. 선거 당일 유권자의 53%가 주택시장과 임대료를 이번 선거의 최우선 문제라고 선택할 정도였는데, 그 부분을 좌파당이 긁어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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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만한 건 유권자 가운데도 젊은 층이 좌파당에게 강하게 반응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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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 여론조사 기관인 FGW의 출구조사 자료입니다. 16세에서 24세 유권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좌파당을 선택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자본주의 심장 미국에서 꿈틀대는 사회주의?

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아 승리한 진보 정당의 이야기,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습니다. 바로 작년 미국 뉴욕에서 말이죠. 작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은 조란 맘다니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아시아계, 그리고 민주사회주의자 뉴욕 시장이 탄생한 거죠. 당시 맘다니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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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가 당시 내걸었던 주요 선거 공약들을 살펴보면 앞서 봤던 독일 좌파당과 비슷합니다. 월세 안정화와 저렴한 신규 주택 공급, 거기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과 보편적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죠.

맘다니의 정책은 뉴욕의 유권자들에게 닿았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1969년 존 린지 시장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표를 넘기며 대승을 거뒀어요. 지도로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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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건너편에 있는 북부 브루클린과 서부 퀸스 지역이 이렇게 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젊은 대졸 전문직, 그리고 임차인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여기서 맘다니는 많은 표를 얻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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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바람이 단순히 작년 선거에만 그쳤을까요? 지난 8월에 있었던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민주사회주의자 조직인 DSA의 지지를 받는 20대 압둘 엘사예드가 4선 현역 의원을 꺾는 이변을 만들 정도였죠. 하원의원 경선에서도 DSA 계열의 후보 2명이 승리했고요. 미시간주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를 오가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인데도 불구하고 DSA의 인기와 영향력이 대단한 겁니다.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젊은 층 사이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CBS와 YouGOV가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30대 미만은 단 9%에 불과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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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65세 이상의 경우엔 33%가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보다 어린 45~64세 층에서는 23%가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다음 연령대에는 15%, 그리고 30세 미만은 단 9%라는 숫자가 나온 겁니다. 대신 매우 부정적이다, 혹은 다소 부정적이다라는 견해는 41%나 됩니다. 65세 이상에서는 27% 정도 밖에 되질 않으니 꽤 차이가 많이 나죠.

대신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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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의 8월 조사에서는 사회주의 긍정평가가 43%로 나왔습니다. 사실 엄청나게 큰 숫자라고 할 순 없지만 2010년 갤럽이 관련 조사를 한 이래로 4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시나 젊은 층에서 사회주의를 자본주의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고요.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현재 미국 사회에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주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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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2024년까지 주택가격은 26만 9,600달러에서 35만 달러로 29.8% 올랐습니다. 그 사이 40세 미만의 가구 소득은요? 9만 2,700달러에서 10만 900달러로 8.8% 오르는 데 그쳤고요.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상승 속도를 앞지르면서 젊은 층 입장에서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가 뉴욕의 시장 선거로, 또 베를린의 투표 결과로 이어졌던 거고요.

그렇다면 주택가격에 부담을 느낀 청년층이 점점 진보화, 사회주의화 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요?

청년층의 진보화? 현실은 '정치 양극화'

독일 상황부터 다시 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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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베를린에서 좌파당이 1등을 차지했지만, 극우 정당인 AfD는 3등을 차지했어요.

참고로 좌파당에는 극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AfD에만 극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독일에서 그렇게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에서는 좌파당 전체를 극좌 세력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일부 공산주의 관련 강경 정파에 대해서는 극좌 성향이 있다고 보고, 부분적으로 감시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죠. 참고로 베를린 시장 후보로 유력한 좌파당의 에랄프가 작년까지 극좌단체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죠. 하지만 AfD는 연방헌법수호청이 당 전체를 '극우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AfD는 베를린 주의회 선거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옛 동독 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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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결과인데요 거의 모든 지역이 하늘색이죠? AfD 창당 이래 최대 득표율인 43.8%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진 않았지만, 연정을 통해 AfD의 집권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AfD가 집권하게 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초의 극우 주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지역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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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선거와 같은 날 이뤄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압승했어요. 베를린에서는 16세에서 24세의 젊은 유권자들 중 43%가 좌파당을 선택했지만, 이곳에서는 약 35%가 AfD를 선택했어요. 단순히 젊은 층이 진보 진영으로 몰린다기보다는 양극단으로 분화되는 모습인 거죠.

독일의 청년 연구자 지몬 슈네처는 독일 청년들이 기존의 중도보수, 중도진보 정당에게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합니다. 베를린에서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극단이 좌파당이었던 거고요, 동독 지역에서는 AfD였던 거죠.

양당제인 미국에서는 독일처럼 좌우 극단으로 흩어지진 않고 있어요. 대신 같은 흐름이 정당 안에서 보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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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을 지지하는 청년의 45%는 더 보수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청년의 49%는 더 진보적으로 바뀌었으니까요.

한편 어느 당에도 고정된 표심을 주지 못하는 청년들은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청년층이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2024년 대선에서는 해리스에게 그만큼의 힘을 싣지 않았어요. 25~29세는 오히려 트럼프를 더 지지했죠. 하지만 다시 또 2025년 뉴욕 선거에서는 청년의 75%가 맘다니를 선택했죠.

기성 체제에 등을 돌린 미국 청년들은 선거 때마다 누가 자신들의 불만들 더 잘 대변하는지에 집중했을지 모릅니다. 2024년 대선에서는 그 대변자가 트럼프였고, 뉴욕에서는 맘다니였던 거죠.

또 하나 주목할만한 건 바로 성별 양극화입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에 걸쳐서 성별에 따라 다른 정치 지형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관찰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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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기준으로 미국과 독일의 청년 성별 이념 격차는 약 30%p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남성은 보수로, 여성은 진보로 나뉘고 있죠. 이 흐름은 미국과 독일뿐 아니라 영국,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 많은 곳에서 관찰되고 있어요.

성별 양극화는 대한민국이 가장 압도적입니다. 2024년 자료에서 50%p였던 격차가 작년 데이터에서는 77%p까지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이대남, 이대녀 현상이 세계적인 청년 성별 양극화의 극단적 사례로 볼 수 있는 거죠.

베를린의 청년들은 좌파당을 선택했고, 동독의 청년들은 AfD를 선택했습니다. 뉴욕의 청년들은 맘다니를 선택했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청년들은 트럼프를 더 지지했습니다. 방향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기성 체제에 등을 돌렸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청년 성별 이념 격차 77%p라는 숫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힐 수 있어요. 표심이 어디로 향하든, 기성 정치가 이 분노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이 흐름은 계속될 겁니다.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IBB Wohnungsmarktbericht 2025 | Investitionsbank Berlin

- Berlin bezahlbar machen | Die Linke Berlin

- CBS News Poll – August 12–14, 2026 | CBS News·YouGov

- Socialism's Positive Rating Tops 40% for First Time | Gallup

- Buying a home has gotten harder for young adults in most U.S. metro areas | Pew Research Center

- Two-Thirds of Youth Have Shifted their Political Views in Recent Years | Tufts University CIRCLE

- Wahl zum 20. Abgeordnetenhaus von Berlin am 20. September 2026 | 베를린 선거관리기관·베를린브란덴부르크 통계청

- Abgeordnetenhauswahl Berlin 2026 | Forschungsgruppe Wahlen

- Landtagswahl 2026 |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 Election Results Summary 2025 | NYC Board of Elections

- NYC Election Atlas | CUNY Graduate Center·Center for Urban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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