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알라부가 드론 공장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드론을 생산하는 러시아 공장에 대규모 근로자를 파견했으며, 이같은 드론 생산설비와 방식을 북한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조지 W. 부시연구소는 현지시간 14일 세계의 대표적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협력 체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를 고발하는 '알라부가 드론 생산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중국, 이란, 북한이 어떻게 러시아의 전쟁 기구를 지원하는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러시아가 알라부가 드론 공장에서 중국의 자금과 부품, 이란의 설계 기술, 그리고 북한 등지에서 모집된 노동력을 결합해 연간 수천 기의 자폭형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대 1만 2천 명 규모의 공장 인력은 상당수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보낸 강제 노동력으로 충당되며, 이들은 임금의 90%를 압수당합니다.
단순한 근로·학습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속은 러시아의 10대 청소년들, 호텔·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온 남미·아프리카·동남아 여성들도 있습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900㎞ 떨어진 타타르스탄 내 알라부가 공장의 존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됐습니다.
이곳에서 이란 샤헤드 드론이 대량 생산된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알라부가에 파견된 (북한) 기술자들은 끊임없이 개선되는 드론에 대해 러시아가 가한 개량 사항들을 관찰하고, 드론 대량생산 조립라인에서 일하면서 얻은 매우 귀중한 교훈을 가지고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더욱 정교해지고 확대되는 드론 프로그램을 보유한 북한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에 새로운 차원의 군사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것은 "북한군과 북한의 군수산업이 전장에서의 드론 운용과 드론 생산 양쪽에서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물질적 이익을 얻는 것 외에도 이것이 북한이 이러한 협력에 참여한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세미나 패널로 참석한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알라부가 드론 공장과) 똑같은 공장을 북한 내부에 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 한국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조셉 김 부시연구소 정책프로그램 매니저는 "이 사례는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협력이 어떤 모습인지를 다른 어떤 사례보다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이것은 군사적 문제인 동시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인권 문제"라며 여권을 빼앗긴 채 사실상 강제노동이 이뤄지는 이 공장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국가가 지원하는 인신매매"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인권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의 박석길 디렉터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 공장 근로자들이 외국인들과 접촉하는 위험을 감수해가며 러시아의 지원을 대가로 노리고 강제노동 인력을 파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태 전 의원은 북한이 폴란드의 토마토 농장에 수백 명의 여성 노동자를 보냈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알라부가 공장 바로 인근에 대규모 기숙사를 마련, 근로자들을 사실상 그곳에 가두고 감시해 외부 정보와 차단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차 석좌는 중국·러시아 기업들이 북한의 경제특구에서 북한의 강제노동을 이용하는 사례도 CSIS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기업이 북한의 강제노동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중국산·러시아산으로 표시해 세계 공급망에 보낸다는 것입니다.
차 석좌는 "북한 경제특구에 진출한 러시아 기업들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양국을 잇는 "두만강-하산 철도 국경 통과 지점에서도 기반 시설 건설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강제노동과 인권침해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제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들해진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고발을 통해 CRINK 국가들의 권위주의 네트워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에노스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을 미국의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합할 것인지에 관한 전략적 사고가 줄었다"며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해 북한 정권이 인권에 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고, 정권의 힘을 떠받치는 기반이자 수익의 원천이며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을 약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노스 연구원은 심각하고 중대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개인·단체의 자산 동결과 입국 거부를 담은 '글로벌 마그니츠키법' 제재, 북한의 노동력이 사용된 중국 제품은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입증되지 않는 한 미국 반입을 금지하는 '반증 가능한 추정 원칙'이 당장의 대응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의 자금을 이용해 새로운 건물을 짓고 주민들에게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분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팬데믹 대응 때문에 사람들이 자녀를 잃었고, 배우자를 잃었고, 형제자매와 부모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CSIS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