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관계성 범죄를 막기 위해 접근 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같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마련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땐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건지, 제희원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찰은 장모 살해 피의자 김 모 씨를 가정폭력 재발 위험이 높은 'A등급'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도, 1차 접근 금지 명령이 끝난 이달 초 해당 명령을 다시 신청했습니다.
연장 신청 대신 새로 절차를 밟으면서 11일간의 접근 금지 공백이 생긴 건데, 범행은 바로 그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김정혜/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접근 금지 조치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게 끝나는 시점에 어떻게 피해자를 연장해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반드시 하도록….]
이번에도 스마트워치는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담당 경찰관이 매주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데 경찰은 한 달 가까이 전원이 꺼져 있었던 사실도 몰랐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어제(12일) 제주에서 전 연인에게 살해된 40대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가해자가 이를 뜯어내면서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가장 기본적인 거를 안 하고 있단 말이에요.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일을 빼고 다 할 것처럼 (대안을 논의하는 게….) 죽음으로써 계속 증명이 되고 있잖아요.]
올해 8월까지 법원의 100m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사례는 950건을 넘었습니다.
접근금지 명령만으로는 가해자 접근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범죄 억제 효과가 큰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관계성 범죄는) 끔찍한 결과가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기 때문에 바로 격리하는 그런 실행을 해야 하고. 법에 다 있지만 경찰 검사 판사가 교과서적으로만 안이하게 판단하는 거죠.]
경찰이나 판사가 재량껏 접근금지 기간을 정하는 영국이나 갱신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미국의 사례가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7명.
사흘에 1명꼴로 발생하는 참극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강시우,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양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