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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의 문제적 유럽] "공부 좀 하자!" 바퀴벌레 들끓고 천장 뚫리고…이게 다 돈 없어서? 학생들 분노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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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9 불 지르고 부수고 '프랑스 학생 시위' 직접 보니

01:19 프랑스 학생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04:09 이게 다 나라에 돈이 없어서?

06:00 교사 부족하다더니 '반전'

파리입니다. 오늘은 학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가 지금 고등학생들 시위로 난리입니다. 그런데 이 프랑스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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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 지르고 부수고 '프랑스 학생 시위' 직접 보니

프랑스 도심에서 학생들이 불을 지르고, 유리창을 깨고 차를 부수고 하는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또 최루탄을 쏘고 곤봉으로 때리고 물대포까지 쏘면서 대응을 했습니다. 제가 현장에 나갔었는데요. 발 앞으로 막 돌이 날아다니는 분위기가 꽤 살벌한 현장이었습니다. 이런 시위가 2주가 넘게 계속되면서 지난 9일 기준으로 6877명이 연행이 됐습니다. 이 중에 5890명이 미성년자입니다. 86%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 2376명이고, 역시 미성년자는 1923명이나 될 정도로 많습니다. 다친 사람도 경찰만 800명이 넘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고등학교가 모두 3700개쯤 됩니다. 이 시위 기간에 1/3이 넘는 학교에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여기 언론은 지난 1998년에 있었던 시위 이후에 가장 큰 학생 시위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2. 프랑스 학생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그런데 도대체 왜, 프랑스 학생들은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열악한 학교 시설, 두 번째 터무니 없이 부족한 교사 숫자, 세 번째 바뀐 대학입시제도. 먼저 열악한 학교시설부터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시위현장 나가서 학생들 불만을 좀 들어봤는데요. 프랑스 학교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수업하는 교실에 쥐가 돌아다니고 바퀴벌레가 막 기어다닌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또 어떤 곳은 천장이 뚫려서 비가 샌다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아놉/프랑스 학생 : 화가 나서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세대는 이제 지쳤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한 교실에 40명씩 들어가 공부합니다. 복도에 있어야 하는 학생들도 있고, 어떤 곳은 천장이 그냥 무너질 것 같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번 여름 유럽은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방학하기 전인 6월도 심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에어컨이 없습니다.선풍기가 없는 데도 많습니다. 그리고 겨울엔 또 난방시설이 부족해서 춥다고 하니까 그냥 옷을 더 껴입으란 대답을 들었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어느 한 가지도 잘 납득이 안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프랑스 학교 현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 '교사 부족', 이건 정말 가관입니다. 선생님이 아프거나 아이를 낳거나 갑자기 쉬어야 하는 경우에 대체 교사들이 와야 하는데 그걸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습니다. 그냥 하루이틀씩 비는 게 아닙니다. 석 달 넉 달씩 선생님이 비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프랑스어나 수학같은 필수과목 교사가 서너 달 빈 채로 수업도 못 받고 시험을 봐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4, 25년 학기에 프랑스 전국에서 교사가 없어서 수업을 못 한 시간을 전부 다 재봤더니 1540만 시간이나 됐습니다. 전체 수업시간의 7.5%입니다. 이틀에 1시간 꼴로 선생님이 없어서 수업이 펑크나고 있는 셈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릴 바뀐 입시제도는 좀 짧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예전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만 보고 그 점수 받아서 대학을 갔습니다. 지금은 바칼로레아에 파르쿠르쉽이란 제도가 추가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수시 같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합격 기준이 불분명하고 공개도 잘 안 됩니다. 여기에 변두리나 시골, 외곽학교 학생들이 불리하게 학교 등급제 같은 게 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번 시위가 외곽지역에서 시작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외곽이어서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 지원도 더 잘 안 되는데 대학 진학 시험까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뒤집어진 겁니다. 생각보다 학생들 시위가 길어지고 격앙되니까 정치권도 반응을 안 내놓을수가 없습니다.

3. 이게 다 나라에 돈이 없어서?

총리가 학생대표단을 만났고 교육부 장관도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우선, 학교 시설 문제는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교사 부족 문제 역시 돈을 써서 추가로 교사를 채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돈이 없습니다. 프랑스 학교는 절반 이상이 1970년 이전에 지어졌습니다. 이 낡은 학교 건물을 고치기 위해서 프랑스 정부는 5년간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원노조에 따르면 매년 8조 원을 10년 동안 투입을 해야 낡은 학교들을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5년간 40조 원이 필요하다는데 이 나라는 3조 원을 쓰려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학교 건물은 지자체 담당입니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데 최악의 재정난에 시달리는 프랑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방정부 몫은 55억 유로, 8조 2천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학교 시설을 고칠 돈이 다 태부족일 겁니다. 교사 부족 문제를 보겠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금 교사를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만 4천 개 정규직 교사 자리를 줄였습니다. 정부 논리는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교사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뭐 얼핏 보면 틀린 말 같지 않게 보이긴 한데 프랑스는 말씀드린대로 이틀에 1시간 씩 교사가 없어서 수업이 펑크나는 곳입니다. 학생 수도 유럽에서 어울리지 않게 과밀입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보다 학생 수가 많은 데는 일본 정도뿐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걸 과밀학급을 해소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교사 수를 줄여서 인건비를 아끼는 데 써먹고 있는 겁니다. 이게 다 이 나라가 돈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4. 교사 부족하다더니 '반전'

그리고 이 나라가 정말 이 문제를 못 고치겠구나 싶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건 정말 기가 찹니다. 교사 수가 부족해서 학생들이 어이없이 피해를 보는 일들이 알려지니까 교육부 장관이 부랴부랴 긴급 대체교사 투입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3천 명이 곧바로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사람들에게 칭찬을 좀 받을 줄 알았나 싶었는데 곧바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도대체 그 3천 명은 어디 있던 교사였냐는 겁니다. 알고 보니 임시직도 아니고 버젓이 정규직으로 고용된 교사들이었습니다. 이 3천 명이나 되는 교사들은 계속 월급을 받고 있으면서 교육청이 학교에 배치를 해 주지 않아서 놀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교사가 없던 게 아니라 교사가 있는데도 놀리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겁니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예산 중에 교육 예산을 108조 원을 잡았습니다. 돈이 부족한 프랑스가 71조 원을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잡은 와중에도 2조 원 가까이 더 늘렸다고 국방 예산 말고 유일하게 교육 예산만 더 늘었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거의 동결 수준인 지금 교육 예산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108조 원이란 돈은 덩어리만 클 뿐이지 지금 프랑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프랑스 정부나 프랑스 사람들의 실력이 모두 다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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