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전염병 연구소
시베리아 방역 연구소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사망이 보고된 뒤 일주일이 넘었지만, 러시아 당국은 사망 원인 병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일 사망한 시베리아·극동 페스트 연구소 연구원 다리야 시필로바(28)의 공식 사인은 여전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입니다.
시필로바는 페스트균을 비롯한 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시필로바의 유해 검사에서 연구소의 위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페스트균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연구소에 대한 두 차례 조사에서도 병원체 유출 등 비상 상황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르쿠츠크 지역의 접촉자들에 대한 검사에서도 추가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천 건의 검사가 이뤄진 뒤에도 정확한 사망 원인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러시아 당국의 정보 공개를 둘러싼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검사 기술을 고려하면 러시아 당국이 이미 원인 규명을 위한 유전체 분석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중보건 당국자를 지낸 라지 판자비는 "이미 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가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평가 때문에 이번 사건을 더욱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시필로바가 근무한 이르쿠츠크 연구소가 생물무기 연구를 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시필로바의 폐렴을 일으킨 '원인 병원체'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유행병·팬데믹 관리 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페스트가 원인에서 배제됐다면, 실제 사망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WHO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해 자체적인 위험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을 러시아의 생물무기 연구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독일 함부르크대 평화연구·안보정책연구소의 알렉산더 켈레 선임연구원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악의적인 행위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위험 병원체를 연구해야 할 정당한 공중보건상의 이유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이르쿠츠크주 연구소 제공,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