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금융사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해커의 신원을 추적할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습니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가 공격에 이용된 서버를 분석해 AI 대화 기록을 확보한 겁니다. 여기에 '26살 중국인'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금융기관을 잇달아 공격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IP 주소입니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주소를 쓴 서버에서 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 AI 침투 시험 도구, '아르텍스'가 작동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서버에는 AI에 중국어로 해킹 관련 작업을 지시하는 내용과 함께, 홍콩에 있는 또 다른 서버의 IP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주소를 따라가자 AI로 프로그램을 짜는 '클로드 코드'와의 대화 기록, 해킹 프로그램 설정 파일 등이 남아 있었습니다.
해커가 AI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 유출된 정보를 어디에서 거래하는지, 관련 텔레그램 그룹은 어떻게 찾는지 묻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대화에서 '보안 연구자 지원에 필요한 이력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이 발견됐습니다.
해커가 이력서에 넣으라며 전달한 정보에는 'YY'라는 이름과 중국 휴대전화 번호, 텔레그램 계정과 함께 나이 26세, 중국 광둥성 거주, 화남이공대 학력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텔레그램 계정은 클로드 코드와 또 다른 해킹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도 한 번 더 등장했습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정보가 공격자의 신원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적혀 있는 나이와 생년월일이 서로 맞지 않는 등 실제 공격자의 신원인지는 단정하지 못했습니다.
[황석진/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기술적인 분석은 상당히 신뢰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이 되지만, 사용 기록이라든가 공격 인프라를 좀 확보했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최종적인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공격자가 숙련된 해커는 아니며 "AI 없이 혼자서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을 해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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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이 단서들이 가리키는 사람은 누구인지, 저희 취재진이 보고서에 남아있는 중국 휴대전화번호와 텔레그램 계정으로 연락을 해봤습니다. 이 인물은 해킹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정보가 도용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속해서 최승훈 기자가 보도 이어갑니다.
<기자>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보고서에 등장한 중국 휴대전화번호입니다.
SBS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받았습니다.
[중국 전화번호 수신자 : 저는 해커가 아니에요. 무슨 소리예요? 당신 사기 전화죠?]
보고서에는 해커 의심 인물이 중국 명문대인 화남이공대를 다닌 것으로 적혀 있는데, 통화 상대는 학교를 중퇴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전화번호 수신자 : 학교를 중퇴했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니신가요?) 아니에요.]
광둥성 마오밍에 거주한다는 보고서 내용과 달리 통화 상대는 900여km 떨어진 후난성 지역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전화번호 수신자 : 저는 (후난성) 창사에 있는데요. 창사요. 저는 창사에 있어요.]
이번에는 보고서에 나온 텔레그램 계정 'YY'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계정 운영자는 해당 계정을 자신이 사용하는 건 맞지만, 보고서에 적힌 전화번호는 본인 것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거주지는 보고서에 있는 광둥성, 전화번호 사용자의 후난성도 아닌, 허난성 정저우라고 밝혔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도용했다면서, 최근 갈등을 빚은 사람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면밀하게 조사해 자신을 연루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해당 텔레그램 계정은 삭제됐습니다.
해당 계정은 중국어권의 한 텔레그램 커뮤니티 공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량 접속 시도로 서비스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 관련 커뮤니티였는데, 이 계정이 운영 관리 담당자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다만 해커가 추적을 피하려 관련 없는 사람의 정보를 온라인상에 남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신원 관련 정보는 수사 단서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공격자의 국적, 활동 지역과 단독 범행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편집 : 박나영, VJ : 이지환, 디자인 : 박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