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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AI 쓰레기였어?"…300억 개 쏟아지는데 볼 게 없는 진짜 이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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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 핵심요약

틱톡 신규 추천 영상의 절반 이상이 AI 생성물이며 특히 아동용 콘텐츠에서는 그 비중이 97%에 달하는 등 AI 슬롭의 무분별한 확산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튜브와 OTT 이용자들은 끝없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최적의 영상을 선택하기 위해 매년 수십 시간을 허비하며 극심한 선택 피로를 겪고 있습니다.

빨리감기 등 '디지털 스위칭'을 통한 잦은 영상 전환과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콘텐츠 소비 패턴은 정보의 파편화와 주체성 상실을 초래해 결국 깊은 권태로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 틱톡, 릴스 같은 걸 보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신 적 없나요? 분명 본 것 같은 영상들이 계속 나오고, 재미는 있는데 또 어딘가 어색하고 조잡한 느낌이 드는 녀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AI 생성 콘텐츠들이죠. AI 모델 초창기보다는 퀄리티가 좋아져서 일부 영상들은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이 떨어지고, 물량으로 쏟아내는 AI 슬롭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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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 새 계정을 생성한 뒤, 처음으로 추천해 주는 영상 500개를 분석해 봤습니다. 500개 가운데 294개, 그러니까 절반 이상이 AI 생성물이었어요.

카테고리별로 보면 아동 콘텐츠, 특히 만화 태그가 달린 영상들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cartoons 영상 중에는 83%가 AI 생성물이었고, #cartoonkids의 경우엔 무려 97%가 AI 슬롭이었죠. 아동 콘텐츠가 AI 쓰레기 투성이라는 건 사실 심각한 부분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보고 무럭무럭 자라날 시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를 빌미로 잘못된 정보와 자극적인 내용이 제공되는 거니까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숫자 교육 콘텐츠 영상인데 AI로 만들고 따로 검증하지 않아서 이렇게 오류 투성이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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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뿐 아니라 AI가 만든 음악도 범람하고 있어요. 글로벌 음원 플랫폼 '디저'에 따르면 매일 업로드되는 신규 곡의 44%가 AI가 만든 음악일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하루 1만 곡 수준이었는데, 그 규모가 지금은 7만 5,000곡으로 크게 늘어났어요. 스포티파이는 작년에만 7,500만 개가 넘는 '스팸 트랙'을 삭제했다고 밝혔고요.

이렇게 쏟아지는 AI 슬롭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우리나라입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AI 슬롭 채널 누적 조회수는 84억 5,000만 회. 2위 파키스탄과 3위 미국을 합친 것과 엇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격차를 두고 1위를 차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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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보는 영상이 AI로 만들어진 건지 아닌지 알고 싶지만 점점 판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76%가 내가 보는 콘텐츠가 AI로 만들어졌는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53%의 응답자는 실제로 이걸 내가 구분할 자신은 없다고 답했죠. 이 간극에서 피로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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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해, 힐링을 위해 유튜브를 켰는데, 내가 본 영상이 진짜인지 AI가 만든 건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물론 그보다 앞서서 오는 피로감이 있습니다. 바로 무엇을 볼지 고르는 과정이죠. AI가 만든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 유튜브나 OTT 자체에 콘텐츠는 포화상태였으니까요.

볼 게 너무 많은데... 볼 게 없다?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유튜브를 보는 나라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61분 30초, 거의 3시간 가까이를 유튜브 보는 데 쓰고 있어요. 전 세계 평균이 99.1분이니까 꽤 차이가 많이 납니다.

등하교를 할 때에도, 출퇴근을 할 때에도, 밥 먹을 때에도, 자기 전에도, 언제나 유튜브와 함께하고 있죠. 정말 많은 영상들을 쉬지 않고 보고 있다 보면, 유튜브 안에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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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기준으로 유튜브에 존재하는 동영상의 누적 개수는 약 290억 개로 추정됩니다. 2026년에는 그 수가 300억 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미 많아도 너무 많은데 여전히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쇼츠 콘텐츠 때문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쇼츠가 전체 신규 업로드 동영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죠.

300억 개가 넘는 영상이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영상을 접한다는 인상이 강하진 않습니다. 봤던 영상이 다시 나오고, 혹은 그것과 비슷한 류의 영상들이 다시 또 추천되고 노출되고 있으니까요. 많이 노출되는 콘텐츠만 보다 보니 뭔가 새로운 영상을 접하는 경험은 많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노출되는 콘텐츠는 조회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영상은 조회수 확보가 아예 어렵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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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홈 화면에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넘나드는 영상들이 많지만, 무작위로 영상을 추출한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2024년 기준으로 총 2만 5,953개의 영상을 랜덤으로 뽑아서 계산해 봤습니다. 랜덤 표본의 조회수 중앙값은 41입니다. 좋아요는 2개, 댓글은 하나도 달리지 않았고요. 참고로 오그랲 영상의 조회수 중앙값이 17만 정도니까 독자 여러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상은 많은 데 볼 게 없다는 인상은 단순히 유튜브에서만 느끼는 감정은 아닙니다. 그래도 유튜브는 계속 영상을 추천해 주니까 보는 행위는 계속되는데 [스케치]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는 뭘 봐야 할지 선택에만 한 세월이니까요.

사실 OTT 채널의 선택지와 영상의 선택지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일단 OTT 채널의 개수 자체가 늘어났고, 기존엔 영화와 TV 콘텐츠만 있었다면 최근엔 스포츠 관련 콘텐츠도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OTT내의 콘텐츠 검색에 드는 시간도 상당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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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기업 닐슨의 데이터 파트인 그레이스노트의 자료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6개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전 세계 소비자는 OTT 콘텐츠 검색에 평균 14분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하루에 1번만 OTT에서 콘텐츠를 검색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1년에 5,110분을 쓰게 되는 겁니다. 어떤 걸 봐야 하지 하는 고민에만 1년에 85시간을 쓰고 있는 셈인 거죠.

국민 10명 중 9명이 OTT를 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균 구독 OTT가 2.1개일 정도로 꽤나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그레이스노트 조사에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14분이라는 숫자가 적으면 적었지 한국에 적용되지 못할 얼토당토않은 숫자는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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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건 이렇게 많고 넘쳐나는 데 선택하지 못하고 피로감만 쌓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어떤 연구진은 우리들의 영상 소비 패턴이 이런 권태로움을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디지털 스위칭'이 권태로움을 만든다?

여러분은 유튜브 영상 보다가 지루하면 어떻게 하나요? 빨리감기를 해서 보거나, 아니면 바로 다른 영상으로 옮겨가거나 이런 식이겠죠?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영상 소비 패턴을 '디지털 스위칭' 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지루함을 피하기 위한 디지털 스위칭 행동이 오히려 권태를 강화한다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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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들은 미국인과 토론토 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우선 질문을 던졌어요. 동영상을 스킵할 수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느 때가 더 지루할 것인지를 물어본 건데요. 당연히 스킵할 수 없을 때 지루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실제 실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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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지루하다는 의미입니다. 실험 전에는 스위칭을 못 할 경우 더 지루하다고 예상했고요. 하지만 실험을 해보니 영상을 옮겨가고, 영상 내에서 빨리감기를 할 때 즉, 디지털 스위칭을 할 때 더 지루하다고 느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실험을 진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고요.

또 하나 주목할만한 건 실험자들이 한 번 스위칭을 경험하면 그 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스위칭을 먼저 경험한 뒤 막아버리면 오히려 더 지루해한다는 거죠. 이건 사실 실험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죠. 쇼트나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롱폼 콘텐츠를 보기 어려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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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연구진들은 기회비용과 의미성에 주목해서 해석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나 플랫폼 메인 홈 화면에 딱 들어서면 보이는 수많은 선택지들. 매력적인 대안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다 보니 지금 선택하는 것의 기회비용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것도 재밌을 것 같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으니 내가 영상 하나를 선택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겠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고 그게 권태로움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또 하나는 파편화된 정보가 주는 피로감입니다. 과거의 TV, 라디오, 신문, 책을 통해서는 일관된 서사 형식을 접해왔어요. 하지만 오늘날의 콘텐츠들은 훨씬 더 파편화된 정보들이 우르르 전달되고 있죠. 피자에 대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나오다가 넘기면 그 뒤로는 강아지가 춤을 추고 있고요. 과학 팟캐스트를 넘기면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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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의미가 더 커지는데 연구진들은 현재 우리가 유튜브나 OTT를 통해 받고 있는 정보 사이의 연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각각의 조각들은 흥미롭고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지지 않는다는 거죠. 이러면 우리 뇌는 수많은 정보들을 '의미가 없다'고 인지하고, 그 신호가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파편화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건 빅테크들의 알고리즘입니다. 내 행동을 내 스스로가 통제한다는 감각이 떨어지면, 즉 자율성이 낮은 상황에서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알고리즘이 내 생각을 읽고 알아서 떠먹여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선택당하는 거일 수 있습니다. 내 선택이 알고리즘에게 위임되다 보니 주체성은 점점 떨어지고 그게 또 권태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 알고리즘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질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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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조사된 설문조사 자료입니다. 내가 알고리즘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약 36%입니다. 물론 알고리즘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보다 더 적은 30.6%이긴 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개인의 통제권을 더 원하는지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65%나 나오죠. 알고리즘이 내 선택을 대신하고 있지만, 이용자 중 대다수는 주체성을 회복하고 싶다는 겁니다.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정작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건 어쩌면 의지력 부족도, 취향 문제도 아닐 수 있습니다. 선택은 점점 어렵고, 그마저도 AI가 만든 건지 아닌지 가려내야 하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우리가 보는 플랫폼들은 더 많이, 더 오래 보게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주체성을 지키는 건 이제 우리 스스로의 몫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The TikTok AI Slop Report | Kapwing

- Deezer: AI-generated tracks now represent 44% of all new uploaded music | Deezer

- Spotify Strengthens AI Protections for Artists, Songwriters, and Producers | Spotify

- AI Slop Report: The Global Rise of Low-Quality AI Videos | Kapwing

- How Americans View AI and Its Impact on Human Abilities, Society | Pew Research Center

- YouTube reaches 29 billion videos as music and Shorts dominate viewing | Omdia

- 유튜브 무작위 표본 통계 | TubeStats

- 2025 State of Play | Gracenote

-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 한국콘텐츠진흥원

- Katy Y. Y. Tam·Michael Inzlicht, 「Fast-Forward to Boredom: How Switching Behavior on Digital Media Makes People More Bored」, 2024

- Forced Feed Report (2026) | The Cybersmile Foundation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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