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양보호사가 요양원에서 80대 치매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 저희가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 요양보호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요양기관에 다시 취업할 수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현행법의 큰 허점 때문입니다.
김민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60대 남성 요양보호사 A 씨가 80대 치매 노인을 무릎으로 걷어차 넘어뜨리고 팔을 꺾고 뺨을 때립니다.
다음 날 노인은 숨졌고 "위협하는 시늉만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A 씨에게 지난 5월 1심 법원은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 노인 외손주 (지난 6월) : 잘못했다고 빌어도 화가 나는 상황인데, 그렇게 해버리니까 (부인하니까) 솔직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됐죠.]
A 씨는 항소했지만 지난달 2심 법원 판단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1, 2심 모두 학대 범죄 재판에서 으레 함께 선고하는 취업 제한 명령이 없었습니다.
상해치사는 노인복지법상 취업제한명령 대상이 되는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인복지법에 상해, 유기, 협박, 폭행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만 더 중한 범죄인 살인, 상해치사, 폭행치사 등은 빠져있습니다.
살인과 폭행치사가 포함된 건 물론 '아동 학대치사'를 별도로 규정해 일반 상해치사보다 엄하게 처벌하는 아동학대 관련 법들과 대조적입니다.
이런 허점 때문에 A 씨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일정 기간 요양보호사 자격만 박탈될 뿐, 요양기관 재취업에는 제약을 받지 않게 됩니다.
요양기관은 직원을 뽑을 때 취업을 제한하는 노인학대 범죄 경력을 반드시 확인하는데, 상해치사는 경찰의 '범죄 경력 조회' 자료에 관련 범죄로 적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인순/국회 복지위원 (민주당) : (현행법상) 살인과 치사는 (노인학대관련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커다란 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범죄자들이 현재 요양기관에서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2019년 국회 상임위에서 노인학대 범죄를 법에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범죄들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후 더 이상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전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