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31 20대 청년 취업,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01:30 취업 준비생들의 하루
04:06 취업 전쟁을 위한 '신병 훈련소'
"1번부터 39번까지의 용접 시퀀스가 있고…."
아침 9시에 강의를 듣기 시작해서 밤 9시에 교육을 마친 뒤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숙식을 해결하며 교육을 받는 이곳, 기숙학교나 재수생을 위한 학원이 아니라 취업 준비생들이 머무는 합숙 취업 '부트캠프'입니다. 청년취업난이 심각하다보니 합숙형 취업 준비 시설까지 등장했습니다. 항상 심각하다는 청년 취업 문제, 현재 어느 정도로 심각한 걸까요?
1. 20대 청년 취업,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올해 들어 8월까지 20대 청년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감소폭을 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입니다. 올해 19만 3천 명이 줄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에 14만 2천 명, 코로나19 직후 2020년에 11만 1천 명이 준 것보다 심각한 수준인 겁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고용률은 지난해와 비슷하다는데, 청년 고용률만 되려 1%p 낮아진 상황인데다, 생애 첫 취업까지는 10년 전에 비해 1.3개월이 더 걸립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4월, 청년취업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추경 예산 988억 원을 투입해서 'K-뉴딜 아카데미'를 기획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50여 개 기업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직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2. 취업 준비생들의 하루
제가 다녀온 곳은 경기도 안성의 LS미래원이었는데요. LS그룹의 연수원에서 머물면서 직무에 필요한 코딩, 보고서 작성법, 면접법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3개월 짜리 합숙 과정입니다. 24시간,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취업에만 매진하니 실력이 금방 늘 수밖에 없습니다.
[김유빈 (27세) / 경기 수원시 : (합숙 프로그램 들어오신 지 한 달 정도 지나신 건데, 처음이랑 비교했을 때 수월해진 것 같으세요?) 네 데이터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처음엔 그냥 엑셀 정도 수준에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었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이제 완전 분해시켜서 다시 그 데이터 안에서 원하는 걸 뽑아낼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짤 수 있다 보니 맞춤형 직무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이우섭 / LS미래원 HRD기획팀장 : 기업에서 최근에 요구되는 역량들, 예를 들어 AI 활용과 같은 역량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좀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돼있는 인재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교육을 끝마쳐도 스터디룸에서 언어 공부나 자격증 공부, 프로젝트 논의 등 자체 공부를 이어나가다 보니 이곳의 하루는 자정이 지나서야 마무리되곤 합니다. 강원 원주에서 온 김영식 씨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식 (32세) / 강원 원주시 : 조금 더 필사적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러니까 이제 나이라는 게 있으니까. 3개월 뭐 군대보다도 짧은 기간이기도 하고, 3개월 빡 하는 게 나중에 후회를 안 할 것 같아서요.]
부산 남구 출신 차세일 씨는 제조업 인사팀에서 이미 6년이나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업계에서 AI 역량이 필수적이란 생각에 다시 취업 신병으로 자진해서 부트캠프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취업 시장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세일 (31세) / 부산 남구 : 채용 공고문에서도 티가 나는 게 AI를 활용해서 어떤 것들을 이루어 보았는지 그런 AI 역량을 묻더라고요. 마지막 도전이다 생각하고 좀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의 최종적인 목표는 성공적인 취업이고, 업무능력을 다 탑재한 다음에 최종적인 목적을 이루는 게 저희 모두의 바람입니다.]
3. 취업 전쟁을 위한 '신병 훈련소'
'부트캠프'란 원래 신병 훈련소를 뜻하는 군용어입니다. 다들 '취업 신병'을 자처해 입소한 건데요. LS 미래원에 입소한 취업 신병의 평균 나이는 28세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1백 명 넘게 지원했고, 그중 31명이 뽑혔습니다. 경쟁률은 3:1을 넘겼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입소 약 한 달 만에 4명이 취업에 성공해서 퇴소하면서 27명의 신병만 남아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트캠프'라는 용어가 지니는 상징성에 주목합니다.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부트캠프가) 군대처럼 입소를 해서 하루 종일 배워야 된다는 뜻이잖아요. 취업 경쟁이 취업 전쟁으로 된 것 같다는 느낌.]
'합숙형 취업 준비'가 즉, 취업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병사가 되어가는 과정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입니다. 부트캠프를 찾은 청년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들의 청춘을 바쳐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과 얼어붙기만 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통계들을 보면서, 합숙형이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취업 준비가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취업 시장이 마련되는 게 가장 필요하겠단 생각, 들었습니다.
(취재 : 이세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승태 강시우,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