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오상욱이 관중석을 향해 펜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국 펜싱의 절대적인 '에이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를 완성하는 놀라운 역전극으로 또 한 번 '월드 클래스'를 증명했습니다.
오상욱은 오늘(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39-40 열세 속에 출격한 마지막 9라운드에서 45-44 역전극을 펼치며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결승에서 한국은 6라운드까지 30-26으로 앞서다가 7라운드에서 도경동(대구광역시청)이 요시다 겐토에게 반격을 허용하며 32-35 역전을 내줘 위기에 놓였습니다.
박상원(대전광역시청)이 8라운드에서 한 점 차로 좁혀놨으나 열세는 이어졌고, 믿었던 오상욱이 41-44까지 끌려다니며 코너에 몰렸습니다.
한 점만 더 내주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상황에서 오상욱은 '승부사'로 돌아왔습니다 재빠른 막고 찌르기, 높이를 앞세운 공격 등이 연이어 들어가며 일본의 간판 고쿠보 마오를 몰아세웠고 44-44의 균형까지 이뤄냈습니다.
이어 고쿠보의 상체에 회심의 한 방을 더 꽂아 넣으며 45-44, 대역전극을 써냈습니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오상욱의 2회 연속 2관왕을 완성하는 역사의 한 점이었습니다.
사흘 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다 끝나고 좋아하겠다"면서 단체전 석권을 다짐했던 오상욱은 "이제 끝났다는 게 실감 나고 행복하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41-44로 몰렸을 땐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 "몇 점 내줬으나 그 데이터로 입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그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오상욱이 낸 한국의 45번째 점수는 심판의 비디오 판독을 거친 끝에야 득점으로 인정됐는데, 그는 "때리자마자 100% 이겼다고 생각했다" 며 "할 수 있는 어필은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확신이 있었다"고 단언했습니다.
오상욱은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면서 낙심한 도경동에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도경동은 "상욱이 형이 '내가 해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해줬다"면서 "형에게 짐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기면서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낸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곧 만 30세가 되는 오상욱이 처음으로 맏형 역할을 하며 국제 종합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20대 선수 3명이 뭉쳐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리며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전망도 밝혔습니다.
오상욱은 "예전에 형들과 함께 할 때도 단체전 마지막 주자는 제가 했기에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지만, 뒤에서 많은 피드백을 해주던 (김)정환이 형, 잘 못 뛰면 뒤에서 시무룩해하던 (구)본길이 형, 냉철한 (김)준호 형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오상욱은 '형님'들인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숱한 금메달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며 구본길이 보유한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6개)에 하나 차로 다가선 오상욱은 4년 뒤 '7번째 금메달'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그때 가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습니다.
"더 성장해서 다음에는 더 큰 격차로 이기는 게 우리의 숙제가 됐다"고 강조한 오상욱은 "다음 달 전국체전을 비롯해 경기가 이어지지만, 일단 끝나서 좋다"며 거듭 후련함을 표현했습니다.
도경동은 "개인전(8강 탈락) 이후 멘털이나 몸이 다 좋지 않아서 상욱이 형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형이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이 보살펴줬다"며 "좋은 말을 해줘서 오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간에 틈을 좁히는 역할을 해낸 박상원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는데, 짜릿하다"며 "LA 올림픽까지 갈 수 있도록 마음 식지 않고 다잡겠다"고 했습니다.
또 국군체육부대 '일병 4호봉'에 조기 전역을 이뤄낸 막내 황희근은 "형들과 올림픽 4연패도 이뤄보고 싶고, 저도 후배들을 위해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