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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 이준석과 리센느의 공통점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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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 이준석 선수가 아시안게임 초대 우승자가 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종목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족구와 탁구의 결합입니다. 팔과 손 외의 신체 부위(주로 발과 머리, 가슴)로 테이블의 네트 건너편 지점에 공을 꽂아 넣는 경기입니다. 헝가리가 종주국이고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우승을 지켜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이런 종목도 있구나.'와 '저런 생소한 종목에도 우리나라에 선수가 있다니."였습니다. 역시 뒷이야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슴 울컥한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생각은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사연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포츠 선수와 아이돌 그룹, 도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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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조명도 없이 버티던 시절

이준석은 원래 축구 선수였습니다. 손흥민 선수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4부 리그에서 뛰다 축구의 꿈을 접었습니다. 풋볼테니스를 접한 뒤 2020년 지인의 소개로 테크볼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생소한 종목이었습니다. 함께 경기할 선수도, 장소도, 장비도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제 대회 출전길마저 막혔습니다.

올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이준석에게는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테크볼 국가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정식 종목에 채택된 탓입니다. 테크볼 국가대표는 이천 한 실내 족구장을 빌려 훈련했습니다. 도움은커녕 알아주는 이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어야 했습니다.

그룹 리센느도 비슷합니다. 이른바 중소 아이돌(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 소속팀이 리센느 하나뿐인 중소 기획사)이다 보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데뷔 이후 2년간 무명이었습니다. 열심히 인사하고 앨범을 돌렸지만 방송을 타기 힘들었습니다. 멤버 메이는 "멜론 TOP 100에 들면 서울에서 거제까지 뛰어가고, TOP 10에 들면 일본 치바까지 헤엄쳐 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고 또 그만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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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인 간절함

생소한 종목의 운동선수는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연습할 테크볼 테이블조차 없어 어머니의 도움으로 스스로 장만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테이블을 놓고 훈련했지만 얼마 못 갔습니다.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입니다. 지하 창고로, 공터로 무거운 테이블을 끌고 전전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테크볼을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경야훈, 주간에 일을 하고 야간에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되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종주국인 헝가리에 사비로 유학을 갔습니다. SNS로 연락해 현지 선수에게 훈련을 간청했다고 합니다.

리센느 역시 무명 생활 동안 낙담하고 처지지 않았습니다. 1차 반응이 미미해도 미니 2집, 싱글 등을 꾸준히 내놨습니다. '러브 어택' 등이 역주행하고 뒤늦게 이들의 곡을 접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별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도 발표한 곡이 예상 외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연습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자체 라이브 방송과 소통에 매달렸습니다. 대표적 일화가 2024년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특별한 연말 무대나 방송 스케줄이 없던 멤버들이 연습실과 숙소에서 밤부터 새벽까지 6시간 넘게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동접자는 수십 명, 많아도 1백여 명대였지만 많지 않은 팬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며 밤새 울고 웃으며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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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조명에 백화만개

조별 경기부터 토너먼트까지 이준석 선수는 단 1세트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결승에 진출하면서 이준석의 이야기가 기사로, SNS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 스토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결승전까지 역전극을 펼치며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결승전 승리를 확정 짓고 동료들과 얼싸안은 채 흘린 눈물은 그간의 피와 땀, 노고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리센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조명을 받았습니다. 팀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멤버 원이가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서 멤버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가 유튜브와 틱톡 알고리즘을 강타했습니다. 맥락을 알 수 없는 엉뚱한 매력과 유쾌함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습니다. 뒤늦은 관심을 계기로 대중은 "도대체 누구냐"며 과거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큰 관심을 얻지 못하는데도 간절하게 쏟았던 노력과 시도들이 한꺼번에 빛났습니다. 무명 시절의 진솔한 모습, 사투리 논란 등 위기를 진정성으로 돌파한 서사가 대중의 강한 유대감을 얻었습니다. 발표한 지 1년을 넘긴 '러브 어택'은 역주행 끝에 차트 1위 신화를 썼습니다. 지금은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마다 출연시키고자 줄을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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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믿어주고 지켜주고 도와준 어른

이준석, 리센느의 노력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청년들에게 '노오오력'만 강조할 일은 아닙니다. 양자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의 꿈을 진심으로 믿고 응원하고 지원하며 함께 쫓아준 어른의 존재입니다.

이준석 선수에게는 어머니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종목의 선수를 하겠다며 테이블을 사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습니다. 빠듯한 집안 형편에 200만원 넘는 가격이 부담이었지만 말입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겠다고 했을 때도 어머니는 말리기는 커녕 응원했습니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요.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 경기 내내 누구보다 간절하게 아들의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마침내 우승한 순간 이준석의 첫 외침은 "엄마, 나 금메달 땄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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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에게는 소속사 대표입니다.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멤버 원이가 유튜브에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유튜버들에게 소속사 대표가 큰 절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그룹과 멤버들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함께 간절하게 노력한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런 어른의 솔선수범이 긴 무명 시절의 간난신고를 이겨낸 토대요, 주춧돌이고 대들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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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공통점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이들의 불투명한 미래입니다. 동화 같으면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다'로 마무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차원의 어려움, 어쩌면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준석 선수는 우승을 계기로 테크볼을 대중에 알리고 화제를 불렀습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그렇다고 테크볼이 갑자기 인기 구기 종목이 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종목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진 경험이 있습니다. 또다시 미미한 조명 아래 테크볼의 미래를 사실상 스스로 개척하며 악전고투해야 할지 모릅니다.

리센느 역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큰 관심을 얻었지만 이런 때가 위험합니다. 말 한마디, 동작 하나로 이른바 나락을 가고 응원과 사랑이 질타와 증오로 바뀌는 사례 역시 숱하게 봅니다. 주변의 질시가 들끓기도 하고 스스로 자만해 무너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적 성취,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시켜야 합니다. 기반이 약한 중소 기획사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지막 공통점이 남았습니다. 이들의 가치를 더욱 갈고닦아서 더 환하게 빛내 줄 어른들의 필요성입니다. 이준석 선수에게는 이제 어머니뿐 아니라 우리나라 체육계, 정부에서 어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선수가 어렵게 개척한 가능성을 다지고 실질적 성과로 바꿔줘야 합니다. 생활 체육으로, 유망한 구기 종목으로 키우기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은 이제 체육계와 정부 등 어른이 담당할 몫입니다.

리센느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전하는 것, 중소 기획사가 실력만으로 성장해 새로운 대형사의 자리에 오르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역시 한 개인, 아이돌 그룹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리센느가 마련한 단초를 통해 제도와 시스템을 세우는 것 역시 어른들이 맡아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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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욱 논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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