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에 돌입한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의 투표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과반 득표로 압승했다는 관측이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더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현지 시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흘간 이어진 총선 투표가 이날 밤 9시쯤 종료됐으며 투표율은 잠정 56.66%로 나타났다고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는 1993년 54.81%, 2016년 47.88%, 2021년 51.72% 등 지난 3차례 선거의 최종 투표율을 이미 모두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중앙선관위는 개표가 약 25.02% 진행된 상황에서 통합러시아당이 득표율 57.05%로 선두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연방공산당 13.96%, 러시아자유민주당 9.31%, 새로운사람들당 8.01% 정의러시아당 5.21%로 집계돼 득표율 5%를 넘긴 이들 5개 정당이 정당명부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잠정 개표 결과를 21일 오전에 발표할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25일 이후에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출구조사에서도 통합러시아당이 49.4∼52.8%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타스는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러시아당 대표는 자당이 좋은 결과를 거뒀다며 "러시아인들이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신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행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치러진 것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동부 흑해 연안 일대를 가리키는 노보로시야 등 러시아가 점령해 자국 영토로 편입한 지역 주민들이 총선에 참여하는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점령지 4개 주(州)의 투표율은 도네츠크 81.62%, 루한스크 79.33%, 헤르손 74.61%, 자포리자 79.39% 등이었습니다.
개표 결과 집권 통합러시아당 등 범여권 세력이 절대다수 의석을 유지하게 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자포리자 지역 선관위원장 갈리나 카튜셴코는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이유를 두고 "우리 지역에서 처음 치러지는 역사적인 국가두마(하원) 선거에 지역 주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는 총선을 치르는 러시아를 겨냥해 무인항공기(UAV·드론) 약 1천600기를 발사했습니다.
엘라 팜필로바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거 시스템에 총 1억 건이 넘는 위험한 정보 접근 시도를 차단했으며, 18일 오후에는 AI 기술을 이용한 통신망 무단 접속 시도가 있었다며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공격이 있었지만 성공적인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AP 통신은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의회 선거를 통해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과시하고 자국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크렘린궁의 장악력이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러시아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유일한 공식 정당 야블로코당이 지난달 대법원 결정에 따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 후보자를 낼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원내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집권세력의 통제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야블로코당은 물론 크렘린궁의 정책에 신중한 비판을 제기해온 공산당 소속의 선거 참관인단조차 여러 투표소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 레오니드 볼코프는 이날 일부 투표소에서 종이 투표용지 발급 시스템이 고장 났다며 기계를 통한 전자투표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엑스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종이 기표를 요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투표소를 찾은 니콜라이 리바코프 야블로코당 대표는 선거 당국의 방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유를 위해"라고 크게 적은 투표용지를 기자들에게 내보이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