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검진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뒤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을 겪은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손상된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한 개인 상해 전문 로펌은 2025년 이후 뉴저지주 법원에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하다 NAION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신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90건이 넘는 소송을 냈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도 GLP-1 치료제가 NAION을 유발했으며 회사들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송이 별도로 제기돼 있습니다.
다만 GLP-1 치료제와 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할 경우 NAION 발생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약 2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위험이 2배가 되더라도 절대적인 발생률은 낮아 평균적으로 복용자 1만 명당 약 2명 정도가 NAION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반면 한 안과 전문기관의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이 약 8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대로 노보 노디스크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로는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중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원래부터 NAION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점이 꼽힙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관련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관련 제품의 유럽 내 설명서에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한 뒤 NAION이 발생한 환자 27명이 150만달러(약 21억 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으며 추가로 38건이 심사 중입니다.
이런 보상은 희귀·중대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로, 독립기관인 덴마크 환자보상청이 보상 여부를 심사하며 노보 노디스크는 이 절차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약물이 NAION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소송에 맞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험 자체는 낮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약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위험보다 클 가능성이 크지만, 단순한 체중 감량 목적이라면 위험과 이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검안협회는 2025년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안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