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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떼라는 부처, 표시 지키라는 부처…생수 매대의 두 규칙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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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매대, 다른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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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옆 널찍한 공간에 묶음 생수들이 쌓여있다. 눈으로 봐도 열 종류 가까이 된다. 라벨이 없는 투명한 페트병과 상표가 둘러진 병이 섞여있었다.

생수를 사러 온 유인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붙어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잖아요. 굳이 필요가 없는데 붙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다 소비자가 알고 구매를 하는 거기 때문에. 라벨을 떼서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가 그냥 갖다 버리거든요. 그래서 그런 건 참 잘한 것 같아요."

그가 집어 든 삼다수에는 라벨이 없고, 바로 옆 제품에는 붙어 있다. 어떤 기준으로 갈리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영업 정지 vs 무규제

기준은 어디서 생산했고 법적으로 무엇으로 분류되느냐다.

올해 1월 1일부터 온라인에서 파는 먹는샘물과 오프라인 묶음 판매 제품에는 라벨을 붙일 수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시다. 라벨 대신 병목이나 병마개, QR코드로 제품 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제도는 단계를 밟아왔다. 2020년 묶음 제품에 무라벨을 허용했고, 2022년에는 낱병에도 허용됐다. 올해 묶음 제품이 의무화됐다. 오프라인 낱개 제품은 QR코드 인식과 POS 입력 등 인프라를 고려해 1년간 전환 안내 기간을 뒀고, 내년 1월 1일 전면 시행된다. 기후부는 연장이나 재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어기면 1차는 경고, 두 번째부터는 영업 정지 15일이다. 세 번째는 한 달, 네 번째는 두 달이다.

국내 업체는 이미 전환을 마쳤다. 제주삼다수는 5월부터 국내 판매용 생산 전량을 무라벨로 바꿨고, 유통사인 광동제약의 7월 거래처 출고 기준 무라벨 비중은 97.2%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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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매대의 일부는 이 규정과 무관하다. 농심 백산수는 중국에서 취수·생산돼 수입산으로 분류되니 대상이 아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제주 용암해수를 원수로 쓴다. 2리터 기준으로 칼슘 132밀리그램, 칼륨 44밀리그램, 마그네슘 18밀리그램이 들어 있다. 이 제품은 먹는샘물이 아니라 혼합음료로 분류돼 무라벨 의무에서 빠진다. 매대에서는 옆에 놓인 생수와 구분되지 않는다.

수입 먹는샘물이 국내 유통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 기준 4.4%.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평균이고 올해 상반기는 4.3%다. 기후부가 업계 협회를 통해 확인한 수치다. 혼합음료는 이 계산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먹는샘물이 아니어서 먹는샘물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편의점에 없는 이유

의무가 없다고 해서 혼합음료가 라벨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리온은 2022년 2월 닥터유 제주용암수 무라벨 530밀리리터를 출시했고, 그해 10월 2리터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라벨이 있던 자리에 'Dr.You 용암수'를 음각으로 새기고, 제품명과 식품유형, 영양정보는 묶음용 포장에 기입하는 방식이다. 판매처는 자사 앱과 홈페이지, 정기배송, 온라인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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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제품을 편의점에서 낱개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식품표시광고법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소 판매 단위에 표시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식약처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최소 판매 단위가 어떠한 단위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는데, 묶음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가 된다면 그 묶음의 표시 사항을 하면 돼서 그 안에 있는 낱개 제품은 표시 의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포장은 무라벨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낱개는 다르다.

"최소 판매 단위의 표시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표시 사항이 없는 낱개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라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표시 사항을 QR로 넘기면 되지 않을까? 식약처도 그 길을 열어두긴 했다.

원래는 식품 유형과 용기·포장 재질, 보관 방법만 전자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29일 식품표시광고법 시행규칙과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개정하면서 일부 영양 성분과 원재료명, 업소 소재지까지 범위를 넓혔다. 식약처가 'e라벨'이라 부르는 제도이고, 산업계용 적용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다만 라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명과 소비기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 22종, 보관 방법은 포장지에 인쇄해야 한다. 원재료도 전부 QR로 넘길 수 없어 많이 쓴 3개는 남겨야 하고, 영양 성분 중 열량과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도 마찬가지다.

표시 공간을 줄여주는 제도다.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다. 게다가 강제가 아닌 자율 규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서서히 알려지는 단계라고 했다.

무라벨 확대에 대한 식약처의 입장은 분명했다.

"통상적인 식품의 경우에는 생수와 달리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또 부패 변질의 우려로 인해서 소비기한 등 정보 제공과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라벨 표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탄산음료나 주스라면 수긍이 간다. 그런데 물에 미네랄 정도만 더한 제품도 같을까?

"그 제품들도 추가되는 원재료가 있고, 그리고 식품 유형의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소비자 알 권리 그리고 오인 혼동 문제, 그리고 다른 식품 유형들과의 이런 균형 같은 것들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후부는 국내 제도가 안착한 뒤 수입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혼합음료는 그다음이다.

두 부처가 이 문제로 만난 적은 없다. 식약처는 무라벨 정책과 관련해 기후부와 공식적으로 소통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같은 부처, 다른 범위

혼합음료가 식약처 소관이라 기후부가 손대기 어렵다는 것이 기후부 설명이다. 그런데 같은 부처가 만든 다른 제도는 음료까지 걸린다.

올해 1월부터 연간 5천 톤 이상 페트병을 쓰는 제조업체에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적용됐다. 올해 의무율은 10%이고, 정부는 2030년까지 대상을 연간 1천 톤 이상으로 넓히고 의무율을 3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의 대상에는 먹는샘물과 비알코올 음료가 함께 들어간다. 병에 재생원료를 넣으라는 규제는 음료까지 가고, 병에서 라벨을 떼라는 규제는 먹는샘물에서 멈춘다.

내년 1월 1일, 낱개로 파는 먹는샘물에서도 라벨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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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건 감축 목표는 연간 2천270톤이다. 2024년 국내에서 생산된 먹는샘물 52억 병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라벨 한 장이 평균 20센티미터, 52억 병 분량을 이어 붙이면 104만 킬로미터가 된다. 수입 생수와 혼합음료의 라벨은 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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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이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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