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연장하고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낀 주택의 거래에 숨통을 틔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지난 5월 도입한 유예 제도를 넉 달 만에 다시 확대하는 만큼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제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고, 현재 임대차계약의 잔여기간뿐 아니라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까지 추가로 유예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면 매수자의 입주 시점은 2029년까지 미뤄질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자는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해야 하며 입주 후 2년간 거주 의무도 유지됩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조치가 세제 개편에 따라 시장에 나올 매물이 토허제에 가로막히는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나올 매물이 토허제에 막히는 엇박자를 풀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해 세입자가 사는 집이 거래되면서도 임대 물량으로 남도록 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세제는 매도 시점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거래 규제가 함께 조정돼야 한다"면서도 "갱신까지 인정하면 매수자 입주가 수년 뒤로 미뤄지는 만큼 실거주 목적 거래만 허용한다는 토허제 본래 취지와의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에서 유예를 늘리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것은 반대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실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이 1년 뒤나 1년 반 이후 같은 장기 시점의 입주 예정일과 잔금 지급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어차피 주택 매도가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잦은 수정·보완은 정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존중하면서 무주택자가 내년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라며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세제 개편에 따른 혜택 축소를 앞두고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의 매도 물량이 내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남 연구원은 "이번 유예 조치로 세제 개편을 앞두고 출회되는 매물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게 됨에 따라 매매 매물이 부족한 현 시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갱신계약을 유예 대상에 포함한 데 대해서는 임차인의 거주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김효선 위원은 "갱신계약 인정은 매매가 일어날 때마다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를 끊는다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에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 랩장도 "이번 대책은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매수자의 실입주가 이어지면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남 연구원은 "임대사업자, 비거주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면 전월세 매물 역시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현재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