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이스라엘 폭격 피해 지역 (자료화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3조 원대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간 15일 익명을 요청한 미국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두고 미국에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무기 대금까지 사실상 미국이 대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는 고용량 폭탄도 판매 목록에 대량 포함돼 논란이 일 전망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천 파운드(약 900㎏)급 항공 폭탄인 MK-84와 BLU-117 각각 2만 개와 I-2000 관통탄두 2만 개의 이스라엘 판매를 승인하고, 의회 소관 위원회에 이 사실을 비공식 통보했습니다.
판매가 승인 패키지의 예상 가액은 28억 달러(약 3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단일 판매 계약으로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번 거래는 무기 판매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구매 대금 조달은 미 국무부의 '해외 군사 금융 지원'(FMF)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집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억 달러 규모의 무기는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구매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판매 승인된 2천 파운드급 폭탄인 MK-84와 BLU-117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사용해 막대한 민간인 인명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은 폭탄입니다.
항공기가 투하하는 MK-84 폭탄은 300m가 넘는 거리에서도 치명적인 살상 피해를 유발할 수 있고, 낙하 지점에 최대 15m의 구덩이를 남긴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파괴력이 워낙 커 타격 대상 주변에 많은 민간인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보니 미군은 인구 밀집 지역에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스스로 '안전지대'로 분류한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도 이 폭탄을 수백 번 투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군이 국제 인도주의 규범을 위반한 공격에 무기를 대고 있다는 국내외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4년 5월 2천 파운드급 항공 폭탄의 이스라엘 인도를 보류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 직후 이 폭탄의 이스라엘 인도를 즉각 재개했습니다.
이번 대규모 무기 판매 승인 결정이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 불협화음이 노출된 상황에서 나온 것도 주목됩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 때문에 미국이 이란전에 휘말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깁니다.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지난 7월엔 미 하원에서 이스라엘 지원 중단 법안이 상정돼 찬성 104표를 얻기도 했습니다.
미 보수논객 터커 칼슨을 비롯해 강경 보수 진영에서도 이스라엘 군사 지원이 미국의 이익이 아닌 이스라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및 시리아 공격과 팔레스타인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를 둘러싸고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좌절감을 드러내며 두 정상 간 불협화음이 커진 바 있습니다.
WP는 "미국의 무기 판매 지원은 여러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간 긴장 관계가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이번 무기 판매가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판매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지난해에도 MK-84을 포함해 총 20억 4천만 달러(2조 8천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의회의 검토 절차 없이 승인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의회 검토를 면제받을 수 있는 비상 상황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든 바 있습니다.
의회가 무기 판매를 막으려면 판매 중단 결의를 의결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상·하원 3분의 2 찬성표를 얻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고용량 폭탄 판매를 대규모로 승인한 것을 두고 국제 인권 단체를 필두로 한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다시 커질 전망입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브라이언 피누컨 선임 고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어느 정도는 레바논 남부에서 공습을 전개한 방식을 고려할 때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기들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