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LIVE

대법 "본인 처벌 우려해 남의 증거 숨겨줬다면…시킨 자도 무죄"


Google 즐겨찾기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 대법원 전경

사기 조직원이 체포될 것을 예감하고 공범에게 자기 휴대전화를 숨기게 한 사건에서 공범 역시 본인의 처벌을 우려해 증거은닉에 나섰다면 이를 시킨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형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등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을 때 등만 처벌합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A 씨에게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부업 알바 사기 조직에서 범행에 이용할 계좌를 모집하는 모집책 등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에게 75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았습니다.

라오스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관계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한다'는 승무원 말을 듣자 체포를 예감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공범 B 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정리 후 어머니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습니다.

B 씨는 A 씨 체포 직후 A 씨의 모친에게 연락하고 A 씨의 외삼촌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했습니다.

B 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증거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쟁점은 B 씨를 증거은닉죄, A 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했을 때 처벌하도록 합니다.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은닉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1심은 A 씨의 사기,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유지하면서도 증거은닉교사죄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도움 없이는 증거를 숨길 방법이 없었던 만큼 이를 시킨 A 씨의 행위도 결국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B 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 증거은닉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A 씨 상고심에서 2심 판단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은 있으나, A 씨를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결론은 타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B 씨가 부탁받았더라도 본인 판단에 따라 휴대전화를 보관·전달한 A 씨가 그를 이용해 직접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대신 "자신이 직접 형사·징계 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은닉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다"는 법리를 들었습니다.

즉, B 씨 역시 스스로 형사처분을 받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A 씨의 휴대전화를 숨겼더라도 이는 '자기 증거은닉'으로서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B 씨의 행위는 A 씨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죄로 다스릴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 경우 이를 교사한 A 씨에 대한 증거은닉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신용일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오늘의 숏뉴스
숏뉴스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