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미국 AI 업계의 자성론을 두고,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공개(IPO)를 앞둔 대형 AI 기업들이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조절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전했습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선두 기업 간의 투자 유치 경쟁으로 모델 훈련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개발을 멈출 경우 비용을 줄여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인류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업공개 전 재무제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은 지난 12일 AI 안전을 위해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지만, 오픈AI는 이미 기업 가치가 기대치인 1조 달러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상장 시기 연기를 검토해 왔던 상황입니다.
선발 주자들이 후발 업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정부 규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이른바 '규제 포획'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백악관의 과학기술자문위원장 데이비드 색스는 "AI 기업들이 규제 받는 것을 대가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규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타적 동기를 가장하지 말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기업의 속도 조절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한계론도 나옵니다.
중국이 속도 조절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미 AI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공포 조장과 대립이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방해할 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기·수도 요금 인상 등으로 민심이 요동치자, 정치권이 여론전의 일환으로 속도조절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취재 : 이현영,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