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 수학자들은 AI 기업들의 브레이크 없는 속도 경쟁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수학이 본래의 목적을 잃고, 게임처럼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어떻게 생각할지, 최승훈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오픈AI가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을 투입해 90년 묵은 수학 난제의 해법을 88시간 만에 찾아냈다고 발표하자, 2022년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등 역대 수상자 25명이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근본 목표를 위한 도구이자 대리 수단일 뿐"이라면서 난제 풀이를 기술력 경쟁 무대로 삼는 AI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이 "해롭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명 공개 사흘 만에 전 세계 연구자 6천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허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쟁 속에 수학이 본래 목적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허준이/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 (수학) 본래의 목적을 잃은 종류의, 어떻게 보면 게임처럼 진행되는 것이 고착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
막대한 자원을 동원한 AI가 난제를 단숨에 풀어버리면, 학생들이 지적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허준이/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 내가 지금 이 연구를 시작해서 10년 후에 결과를 바라는 것이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라는 회의감에 젖어 들게 하거든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라온 수학 게시물은 4만 7천여 건으로, 1년 전보다 33% 넘게 급증했습니다.
AI가 활용되면서 논문은 양산되고 있는데, 이 내용과 과정을 인간이 모두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생각입니다.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AI 결과물을 다시 AI가 학습하는 일이 반복되면, 지식은 늘어도 인간이 스스로 이해하고 질문하는 힘은 약해진다는 겁니다.
[허준이/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 끊임없이 궁금증을 갖고 지적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고 새로운 지평선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그것이 인간의, 수학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성과 경쟁을 벗어나려면 AI 자원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와 공공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이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