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깃발, 유럽연합 깃발
유럽연합(EU)이 공항 대혼란을 야기한 새로운 디지털 출입국시스템(EES)의 시행을 주요 9개국에서 또다시 보류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스, 몰타, 스위스 등 EES 도입에 문제 제기한 국가들에 시행 연기를 추가로 허용했습니다.
EES는 비EU 국적자가 유럽 솅겐 지역 29개국을 단기 방문할 때 입국 심사관이 여권에 도장을 찍는 대신 지문 확인, 얼굴 사진 촬영 등 디지털 등록으로 대체하는 제도입니다.
국경 보안 강화와 불법 이주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작년 10월 초 도입해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 확대를 거쳐 올해 4월 전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생체정보 등록으로 출입국 심사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EU는 혼잡이 심할 경우 일정 시간 EES 등록을 중단하고 기존의 수동 심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를 허용했습니다.
실제 여행 데이터 분석업체 '큐센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 유럽 주요 허브 공항의 대기 시간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술적 장애, 하드웨어 문제 등으로 EES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ES 시스템이 다운되면 국경 경비대는 여권에 수동으로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일부 공항은 이미 국경 통제 초소를 축소한 상태라 대기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EU가 허용한 예외 조치는 이달 6일 만료됐습니다.
프랑스 등 9개국은 그러나 지난 7월 EU 집행위에 공동 서한을 보내 "EU는 아직 새 국경 통제 시스템을 전면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예외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U는 이후 이들 국가에 예외 적용을 허용했으며, 별도의 시한은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유럽 주요국을 철도로 연결하는 유로스타의 그웬돌린 카즈나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프랑스 내무부 관계자들과 회동한 후 선데이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핵심은 국경의 원활한 이동 유지"라며 "그들(EU)은 국경의 원활한 이동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EU 국가들과의 EES 협상을 총괄하는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EU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올여름 초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장관에게 EU의 애초 유예 기한인 9월 6일 이후에도 EES가 엄격히 시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비공개적으로 확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 집행위는 더타임스의 사실 확인 여부에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EU의 이번 입장 후퇴는 항공·항만업계의 거센 반발과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EU에 EES 중단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해 줄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EU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심각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