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0 "당선되면 공공장소 히잡 금지"
02:21 "국민투표 부치겠다"…마린 르펜이 불씨 키우는 이유
04:11 독일도 극우 압승 쇼크
파리입니다. 오늘은 히잡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 정치권이 난데없이 히잡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히잡 착용 금지법 추진 논란입니다.
1. "당선되면 공공장소 히잡 금지"
프랑스는 내년에 대선을 치릅니다. 지금 한창 후보들끼리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당선이 유력한 한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만약 쓰고 나온다면 벌금을 매길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주변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라는 게 어디라고 정확히 콕 집어서 규정하기가 조금 애매하니까 이슬람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말과 같은 셈입니다. 이렇게 말한 후보가 누구냐. 바로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입니다. 그냥 극우파 후보가 아니라 내년 봄에 열리는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한 대권 후보입니다. 프랑스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극우파 출신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입니다. 그 르펜이 지난주에 자기 SNS에 히잡은 여성의 차별을 강조하는 거라면서 공공장소에서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썼습니다. 또 히잡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가 확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조치도 같이 추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반이민 정책을 앞세우고 프랑스 국민 범위를 확 좁혀서 혈통까지 따져서 국민 지위를 주겠다는 그 마린 르펜이 이번 선거에서도 반이슬람 프로파간다를 꺼내 들고 나온 겁니다. 당장 중도, 진보 세력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히잡 착용했다고 벌금을 매기려면 복장을 단속하는 그런 경찰을 둬야 하는 거냐며 비판이 일었고요. 지나친 차별이다, 지나친 분열 정책이란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글릭스만/프랑스 중도좌파 대선 후보 : 우리는 특정 집단을 소재로 말장난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체성 갈등을 이용해서 사회를 끊임없이 분열시키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경찰노조까지 나서서 "우리는 그런 일을 할 여유는 없다"라면서 르펜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2. "국민투표 부치겠다"…마린 르펜이 불씨 키우는 이유
그런데 르펜은 또 이걸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합니다. 국회에서 그냥 법안 통과를 하면 될 걸 국민투표라는 카드까지 꺼내서 불씨를 더 키우고 있는 겁니다. 이 국민투표를 꺼내든 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의회에서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르펜은 대통령 선거만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앞선 선거에서도 마크롱한테 질 때 히잡 착용 금지법을 공약을 했었습니다. 선거에 지고 나서도 국민연합 측이 관련 법을 의회에 제출을 했지만 의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민투표라는 방법을 써서 의회 반대를 우회해서 추진할 거라는 뜻을 밝힌 겁니다. 다수 학자들이 종교의 자유와 같은 히잡 착용을 금지한다는 법이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부치더라도 우리 헌법재판소와 같은 데서 최종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펜은 이번 선거에서 또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왜냐, 여론이 그렇습니다. 히잡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지난 2일에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인 60%가 공공장소 히잡 착용 금지에 찬성을 했습니다.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응답도 53%나 됐습니다. 국민연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92%, 거의 절대적으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특히, 히잡 착용은 응답자가 여성일수록 반대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론조사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이니까 르펜이 히잡 착용 금지 주장을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좀 잠잠합니다. 하도 반발이 심하고, 복장 단속이란 비판이 있어서 좀 덜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이민, 반이슬람 정책은 프랑스 극우세력의 핵심 주장이기 때문에 내년 선거까지도 틈만 나면 이 주장을 이어나갈 겁니다.
3. 독일도 극우 압승 쇼크
그런데 이게 프랑스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옆 나라 독일은 지금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인구 250만 명쯤 되는 중부 지역의 한 주에서 의회 선거를 했는데 극우파가 주의회 선거 최다 득표 정당이 된 겁니다. 지난 주말에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독일대안당이라고 불리는 AfD 정당이 가장 많은 44%나 득표를 했습니다. 5년 전보다 두 배나 뛰었습니다. 독일의 이 정당은 르펜의 국민연합보다도 훨씬 더 극우적입니다. 비교 불가 수준이기도 합니다. 히잡 착용 금지는 물론이고 이슬람을 독일에서 아예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이민자 문제는 초강경해서 망명권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을 하고 있고요. 와 있는 이민자는 추방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U 탈퇴는 물론이고 심지어 러시아 제재도 즉시 해제하고 러시아어를 의무교육해야 한다고까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 홀로코스트를 반성하는 기념비를 세운 것은 수치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오죽했으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사가 이번 선거가 역사적인 승리라고 독일이 깨어났다고 축하를 할 정도입니다. 프랑스 르펜은 그래도 선을 넘지 않은 극우라면 여긴 그 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극우 정당이 인구 200만 명이 넘는 한 주의 최대 의석 정당이 된 겁니다. 이게 또 세력이 점점 확산하고 있는 게 문제인데, 현재 옛 동독 지역에선 서독 말고 동독 지역에선 웬만한 여론조사에선 AfD가 여론조사 1위로 나옵니다. 서독 지역은 그나마 극우파 지지도가 동독 지역만큼은 나오지 않고 있어서 독일 전체로 보면 이 정당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총선에서 AfD는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이미 큰 세력이 된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상황이 더 심상치가 않습니다. 현 독일 총리까지 나서서 AfD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독일 여기저기에서 이 AfD 반대 시위까지도 확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프랑스와 독일뿐만이 아닙니다. 유럽 전역 곳곳에서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계속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스웨덴에서도 극우세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입니다. 내년에는 유럽에 큰 선거가 많이 있습니다. 프랑스 대선, 독일 대선, 스페인 총선, 이탈리아 총선 굵직굵직한 선거가 내년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아직 예측하기는 이릅니다만 분명한 건 그 어느 때보다 히잡 착용 금지 같은 정책과 공약은 공격적으로 나올 게 분명합니다. 또 그로 인해서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