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계절 근로자 8명이 자신들을 한국에 데려온 민간 인력업체 대표를 노동력 착취 목적의 약취·유인 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계절노동 전면개선 대책위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오늘(9일) 오후 전라남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절 근로자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 뒤 인력업체 대표 홍 모 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고소인들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해남 등에 입국해 계절 근로자로 일했습니다.
이들을 대리하는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돈을 빌려준 사실이 없는데도 고리의 허위 대부금 약정서에 서명하게 했고, 친지를 보증인으로 세운 거액의 위약금 계약을 맺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입국 뒤 여권을 압수 당했고, 매달 임금에서 75만 원이 빠져나갔으며,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주장입니다.
SBS 취재 결과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된 2023년부터 현재까지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이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인한 사례는 모두 92건인데, 이 가운데 계절 근로자가 37명으로 40%를 차지합니다.
2023년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에는 피해자를 확인하고 보호하는 규정만 있을 뿐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형법상 인신매매죄는 사람을 사고팔았다는 '매매' 행위를 입증해야 해 적용이 어렵습니다.
대리인단이 형법 288조 2항의 노동력 착취 목적 약취·유인 등 혐의로 고소장을 낸 이유입니다.
이주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 간 MOU에 의존하는 현행 계절 근로자 제도가 브로커 개입의 구조적 원인이라며, 국가 기관이 계절 근로자 모집과 선발 등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자체는 인력 공급이라는 실적에만 눈이 어두워 브로커의 알선과 착취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으며, 제도의 관할 부처인 법무부는 관리·감독의 책임을 내팽개친 채 이주노동자를 단속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SBS는 지난달 필리핀 코너시에서 진행된 파주시 계절 근로자 선발 현장에서 인력업체 대표 홍 씨가 참석한 가운데 필리핀 현지 지원자들이 단체로 '오리걸음'을 한 사실과, 홍 씨를 통해 한국에 왔다고 증언한 계절 근로자 8명이 지난해 말 인신매매 피해 확인을 받은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성평등가족부는 내일 파주시를 방문해 브로커 개입 실태를 확인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