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에 동맹국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파병 검토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미국을 돕는 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한국 측에 "우릴 좀 도와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지만 "노 땡큐"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대체 뭘 했느냐"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공급이 계속 유지되도록 보장할 수 있는 나라가 왜 미국 하나뿐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역시 앞으로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노력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며 "전 세계의 무역은 분명 중요하지만 이게 미국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맹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보수 성향 방송 GB News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석유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면서도 미국을 돕지 않았다며, 나토와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에게 "함선 두 척만 보내주지 않겠느냐"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혼자 하고 있다"고 했고, 동맹국들의 대응을 두고는 "상처받은 것은 아니다. '교육의 과정'이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공개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군수지원함은 파병 전력에서 제외하고, 파병 규모도 약 50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한국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만큼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관련 국가들과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물밑에서가 아니라 계기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제사회 국가들과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를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미국을 지원할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여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 선박 보호와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비전투 병과라고 하면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파병해야 한다. 늦었다"며 "외교는 타이밍인데 늦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파병할 경우 "이란에게 대한민국은 전쟁 당사국이 되는 셈"이라며 미국의 더 많은 참전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했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세계 에너지 공급과 직결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장관은 유조선의 안전한 통항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 해군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밴스 부통령도 "어젯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 1천500만 배럴이 나갔고, 그것은 미국 덕분"이라며 "우리가 하지 않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재앙적인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동참 요구와 이란의 경고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실제 파병을 결정할지, 결정한다면 어느 수준의 병력과 전력을 투입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김혜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