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뢰탐지용 소나센서가 달린 무인정
미군이 4개월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고난도의 지뢰 제거 작전을 은밀히 수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군이 네이비실 소속 수중 파괴 요원들과 무인수상정(USV), 소해용 특수 수중 드론을 이 작전에 투입했으며 주로 야간을 틈탄 위험천만한 임무였다고 전했습니다.
기뢰 제거는 평시에도 몇 개월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전문 소해함이 해역을 '之'(갈지) 자로 훑으며 기뢰의 위치를 파악하고 계류 케이블을 자른 뒤 수면으로 떠오른 기뢰를 원거리에서 타격해 파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군은 전시에, 그것도 폭이 좁아 물살이 세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 작전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작전 중 이란의 공격에도 노출될 위험이 컸고 이란군이 부유식, 부착식(림펫), 계류식, 해저설치식 등 다양한 유형의 기뢰를 보유한 만큼 유형에 따라 제거 방법도 달라야 했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미군은 고무보트로 소규모 팀으로 움직였고, 고해상도 측방탐지 소나 등을 탑재한 공용무인수상정(CUSV), 수중드론으로 이란이 수중과 해저에 살포한 기뢰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첨단 장비 덕분에 기뢰의 위치를 특정해도 해군 폭발물처리반이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기뢰에 접근해 폭발물을 설치하는 가장 위험한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기뢰가 무력화됩니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기뢰의 수가 몇 개 정도라는 뜻입니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국의 시폭스(Seafox)나 미군의 신형 AN/ASQ-235 아처피시(Archerfish) 등 소해용 로봇 수중드론으로 자폭 파괴했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채텀하우스의 니티아 라브 연구원은 "기뢰 제거는 극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수중에서 불발탄을 직접 폭파해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군이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가 모두 제거됐다고 했을 때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타이완 안보모니터의 기뢰전문가 이선 코넬 부국장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며 "미 해군이 일부 기뢰를 놓쳤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이란이 기뢰를 다시 부설하려 하는 것도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한 마함 기뢰 수천 발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기뢰는 부유식, 계류식, 해저설치식 등 여러 기종이 있습니다.
이란은 또 중국산 모델을 개량한 EM-52 기뢰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저에 잠복했다가 배의 음향, 전자기 신호를 감지하면 추진체를 작동시켜 수면을 향해 로켓처럼 발사되는 방식입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병목 항로에서 기뢰는 존재 위험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란에 이런 불확실성은 '유용한 카드'이자 해운업계엔 심리적으로나 보험료 상승과 같은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됩니다.
기뢰 폭발로 피해를 본 선박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이란 매체에선 지난주 최소 2척의 배가 기뢰를 건드렸다고 보도했고, 이란군 대변인은 3일 오만 연안 근처에 기뢰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FT는 해운업계가 모든 기뢰를 제거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회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동 해역에서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했던 미 해군 출신 빌 햄블릿 대령은 FT에 "이란은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카드가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임을 잘 안다"며 "세계에 해협을 위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들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지렛대"라고 말했습니다.
FT는 미국이 모든 기뢰가 제거됐다는 사실을 일일이 증명할 필요는 없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이 재개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신뢰만 쌓으면 되지만 30척 중 1척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는 상황에선 쉽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