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대기업 LIG D&A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방사청 공무원이 각종 방위사업들을 LIG D&A에 무더기로 몰아준 사상 최대의 방산비리 사건으로 6명이 기소됐습니다. 이들 중 방사청 5급 사무관 A씨와 LIG D&A 부사장 B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방산업계는 LIG D&A 측이 저지른 범행의 목적을 1조 7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Electronic Warfere Aircraft) 체계개발 사업 수주로 보고 있습니다. 방사청과 LIG D&A는 "전자전기 사업과 무관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LIG D&A는 범행에 대한 사과는 뒷전이고, 전자전기 사업과 범행을 연결짓는 주장들을 "근거 없다"며 깎아내리는 입장자료까지 냈습니다.
SBS는 방사청 사무관 A씨와 LIG D&A 부사장 B씨의 구속 기소 공소장을 입수했습니다. 공소장에는 LIG D&A의 부사장 B씨와 상무 C씨 등이 방사청 A씨에게 "전자전 분야 사업이 많으니까 계속 도와달라"고 거듭 청탁했다고 적시됐습니다. 또 공소장은 LIG D&A가 A씨에게 뇌물 주고 따낸 방위사업 6건 중 5건을 전자전기 분야로 분류했습니다. 즉, 방사청-LIG D&A 방산비리의 목적은 LIG D&A의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수주라는 것입니다.
"골프장 등에서 '전자전기' 거듭 청탁…밤샘 유흥하고 편파 판정"공소장에 따르면 방산비리 연루자들의 만남은 2021년 10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충북 청주의 한 골프장에서 LIG D&A의 B씨와 C씨는 방사청 A씨에게 "내일 예정된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甲 사업(145.98억 원)을 LIG D&A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방사청 A씨와 LIG D&A C씨는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경기도 안양시의 주점과 마사지 업소 등에서 놀았고, C씨는 A씨에게 "甲 사업 수주하면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A씨는 유흥으로 밤샘한 채 10월 15일 甲 사업 평가에 들어가 20개 항목 중 16개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20개 모든 항목에서 경쟁사에 최저점을 줬습니다.
같은 달 LIG D&A C씨는 방사청 A씨를 경기 성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향후 전자전 분야 사업이 많이 계획돼 있으니 계속적인 도움을 달라"며 포괄적인 청탁을 했습니다. 2021년 후반부터 2022년 초반까지 LIG D&A B씨 등도 같은 취지의 부탁을 했고, A씨는 번번이 수락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미리 전자전 관련 핵심기술 사업들을 부정하게 독식할 수 있도록 결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LIG D&A에 최고점, 경쟁사에 최저점…부정 수주 5건, 전자전기 관련"LIG D&A 임원들과 방사청 5급의 유착 결과, LIG D&A는 甲 사업에 이어, 2022년 8월 방사청 주관의 乙 사업(229.85억 원)을 수주했습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2022년 9월 丙 사업(48.34억 원)과 丁 사업(124.53억 원), 2023년 7월 戊 사업(282.78억 원), 2025년 8월 己 사업(83.59억 원)도 LIG D&A가 차지했습니다.
A씨는 평가 때마다 들어가서 LIG D&A에 최고점을, 경쟁사에 최저점을 매겼습니다. 戊 사업 평가의 경우, LIG D&A B씨의 요청으로 방사청 A씨는 LIG D&A 측에 유리한 질문을 골라 했습니다. 제안서 작성법, 평가 때 좋은 점수 받는 방법, 평가위원 추천 공문 배포 사실 등 각종 정보도 LIG D&A에 흘렸습니다.
공소장은 LIG D&A가 부정하게 수주한 사업 6건 중 甲, 乙, 丙, 丁, 戊 등 5건 사업을 전자전기 관련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방산비리 사건과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은 뗄래야 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LIG D&A가 부정 수주한 사업 6건 중 5건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했습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도 좀 수상합니다.
"뇌물 3억 2천만 원+추천권 1억 4천만 원…매형·장인도 동원"공소장에 따르면 2021년 12월 LIG D&A C씨는 방사청 A씨에게 전자전 사업에 참여시킬 협력업체 추천의 권한을 줬습니다. 또 2022년 7월 충북 진천의 한 골프장에서 LIG D&A B씨는 방사청 A씨에게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셔서 3억 원을 드릴 테고, 곧 평가가 예정된 乙 사업도 살펴달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골프장에서 LIG D&A B씨는 A씨에게 "(전자전 사업 협력업체로 추천된) Z사와 체결할 용역 계약에 (뇌물) 3억 원을 포함시켜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Z사는 LIG D&A로부터 받은 용역비 22억 원 중에 3억 원을 A씨에게 넘겼습니다.
2022년 9월 서울 역삼동의 한 식당에서 방사청 A씨는 LIG D&A의 B씨, C씨 등과 만났습니다. 잠시 식당 밖으로 나온 틈에 B씨는 A씨에게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丁 사업을 수주하게 도와주시면 별도로 2천만 원을 드리겠다"고 꼬드겼습니다. 한 달 뒤 대전의 한 식당에서 B씨는 A씨에게 현금 2천만 원을 줬습니다.
아울러 A씨는 Z사로부터 별도로 1억 4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전자전 사업 관련 협력업체 추천권을 얻은 A씨가 Z사를 협력업체로 지명해준 대가입니다. 공소장에는 방사청 A씨의 매형이 운영하는 Y사도 등장하는데 Z사와 Y사가 가짜로 거래하는 형식을 취해 뇌물 자금을 세탁했습니다. 이렇게 세탁된 돈(LIG D&A 뇌물+추천권 대가)은 Y사가 허위로 자문 계약한 A씨 장인의 계좌로 보냈고, A씨는 장인 계좌에서 뇌물을 꺼내 썼습니다.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A씨와 자금 세탁 가담자 등 4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심리에서 4명 모두 공소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LIG D&A가 수년 동안 전자전기 관련 핵심기술 사업을 부정하게 따냈고, 이런 빌드업 덕에 1조 7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했다"는 검찰의 판단에 힘이 실렸습니다. A씨와 B씨의 공소장 속에는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들이 더 있습니다. 다음 편 취재파일에서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