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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만큼 성공 못 하면 안 돼"…한국을 집어삼킨 '골든 티켓' 잔혹사 [스프]

"사교육 경쟁 없었다면 아이 28% 더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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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 핵심요약

한국은행·CEPR·OECD 공동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다른 가정과 자녀의 교육 성취를 비교하는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에서 2.45명으로 약 28% 많았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OECD는 한국의 명문대·좋은 일자리 쏠림 현상을 '골든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영유아 보육비 자체보다 이후의 사교육비와 주거비, 출산 후 여성의 막대한 소득 손실 등이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구조적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사교육 지출에 세금을 부과해 과도한 교육 경쟁을 억제하고, 확보한 재원을 출산장려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초저출산을 반전시키려면 교육뿐 아니라 노동시장, 주거, 일·가정 양립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 "남들만큼은 시켜야"…사교육 경쟁이 출산을 막는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교육비가 비싸다는 것보다 '남들이 쓰는 만큼 나도 써야 한다'는 경쟁 자체가 출산을 줄이고 있다면 어떨까요.

2026년 9월 2일 열린 한국은행·CEPR·OECD 공동 콘퍼런스에서 김성은 세종대 교수, 미셸 테르틸트 독일 만하임대 교수, 염민철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한국의 교육 경쟁과 출산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지위 경쟁(Status Competition)'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를 절대적인 수준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 현상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1970~1975년생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에서 2.45명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약 28% 증가입니다.

물론 이것은 '사교육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가정과 비교하면서 교육 투자를 늘리는 지위 경쟁 효과를 제거한 경제모형의 추정치입니다. 그럼에도 교육 경쟁이 출산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2. 가난할수록 더 무거운 사교육비

흥미로운 것은 사교육비의 절대 액수가 아니라 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8.4%를 사교육비에 사용했습니다. 상위 20% 가구는 5.1%였습니다. 고소득층이 실제로 쓰는 사교육비 액수는 더 크지만, 가계가 느끼는 상대적인 부담은 저소득층에서 오히려 더 큰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깁니다. 상위 계층이 사교육비를 많이 쓰면 그 부담이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랐던 학원 심야교습 규제를 활용해 고소득층의 사교육 지출 변화가 다른 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감소할 경우,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0.4~0.9%포인트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위에서 사교육 경쟁이 약해지면 아래에서도 지출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위 계층이 만든 사교육비 수준이 사회 전체의 '교육비 기준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 때문에 중산층과 저소득층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그렇게 자녀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수록 둘째나 셋째 아이를 갖는 것은 더 어려운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3. 한국의 '골든 티켓 신드롬'

이런 현상에 이름을 붙인 곳이 있습니다. '골든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 OECD가 한국 사회를 분석하면서 사용한 표현입니다.

OECD는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그 대학을 발판으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같은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골든 티켓 신드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와 저출산을 집중 분석한 'Korea's Unborn Future'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다뤘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좋은 대학' 몇 곳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대학을 나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자리와 그렇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부모와 학생 모두 좁은 '골든 티켓'을 얻기 위한 경쟁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하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의 사교육 참여율은 이미 이를 잘 보여줍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8.5%, OECD 역시 한국 부모들이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의 약 10%를 사교육에 사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4. 그런데 보육비는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낮다?

여기서 역설적인 지점이 나타납니다. OECD가 설정한 두 자녀 맞벌이 표준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순보육비 부담은 OECD 평균보다 낮은 편입니다. 한국 정부가 오랜 기간 영유아 무상보육과 각종 양육 지원을 확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OECD가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입니다. 아이를 낳은 직후의 보육비만 해결한다고 해서 부모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과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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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면서 시작되는 사교육 경쟁, 좋은 학교와 교육환경을 찾아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주거비, 그리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경력과 소득의 손실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력 손실은 큽니다.

OECD는 한국에서 출산한 여성이 겪는 이른바 '모성 페널티(Motherhood Penalty)'를 분석하면서,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장기 노동소득 손실이 약 66%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번 한국은행 컨퍼런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다시 확인됐습니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의 별도 연구에서는 한국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 5년이 지나면, 출산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소득이 약 43%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아버지의 소득에는 출산 전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단순히 분유값이나 어린이집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발생할 교육비와 주거비, 그리고 부모, 특히 여성의 경력 손실까지 함께 감수하는 결정일 수 있다는 겁니다.

5. 사교육에 세금을 매기면 출산이 늘어날까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이번 연구진이 제시한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사교육 지출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겁니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교육 가격을 높여 과도한 교육 경쟁을 억제하는 것. 둘째, 여기서 걷은 세금을 출산장려금 등 저출산 대응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교육을 많이 이용하는 계층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고, 그 돈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정에 돌려준다면 교육 경쟁과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위 계층의 교육비 지출이 다른 계층의 지출 기준선 역할을 한다면, 상위 계층의 과도한 사교육 소비를 줄이는 것이 사회 전체의 교육비 경쟁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논쟁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사교육에 세금을 매기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구에는 별다른 억제 효과가 없는 반면, 중산층 이하 가구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사교육을 음성화하거나 고액 개인과외 등으로 이동시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당장 시행이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교육 경쟁의 사회적 비용까지 가격에 반영해보자는 경제학적 정책 제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6. 결국 문제는 '아이 한 명을 성공시키는 비용'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출산지원금을 늘리고 보육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해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작은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약 25만 4천 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합계출산율도 0.799명, 약 0.80명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OECD가 반복해서 지적하는 문제는 아이를 낳는 순간 지급되는 돈만이 아닙니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동시장 격차, 높은 주거비, 장시간 노동, 그리고 출산 이후 여성에게 집중되는 육아와 경력 손실까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아이를 낳아서 남들만큼 키우려면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유난히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서만 사교육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라는 몇 안 되는 '골든 티켓'을 놓치면 아이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불안이 부모들을 경쟁으로 밀어 넣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 한 명에게 돈과 시간, 경력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두 번째 아이를 낳는 선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는 비용'만 줄일 것이 아니라, '아이 한 명을 남들만큼 성공시키기 위해 치러야 한다고 느끼는 비용'까지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Deep Dive Q&A

Q1. "사교육 경쟁이 없었다면 자녀가 28% 늘었다"는 것은 사교육이 저출산의 28%를 설명한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연구진이 사교육 자체를 완전히 없앤 상황을 계산한 것도 아닙니다. 연구진의 경제모형에서 부모가 다른 가정의 교육투자와 자녀 성취를 의식해 자신의 교육투자를 늘리는 '지위 경쟁' 효과를 제거했을 경우,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 1.92명에서 2.45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한국 저출산의 28%가 사교육 때문"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Q2. 왜 부유층의 사교육비가 줄면 다른 계층의 지출도 줄어드나요?

연구진은 부모의 교육 투자가 다른 가정과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봅니다. 지역별 학원 심야교습 규제 차이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감소했을 때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0.4~0.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즉 상위 계층의 교육투자가 다른 가정에 일종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Q3. 한국은 보육비 부담이 낮은데 왜 출산율은 낮은가요?

한국은 정부의 보육 지원 확대 덕분에 OECD의 특정 표준가구 기준 순보육비 부담은 평균보다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사교육비와 주거비,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과 소득 손실 등은 여전히 큽니다. 따라서 OECD는 보육비 지원만으로는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교육·주거·노동시장과 일·가정 양립 문제를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Q4. OECD의 '골든 티켓 신드롬'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좋은 대학에 진학해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얻는 것을 일종의 '골든 티켓'처럼 여기면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을 뜻합니다. OECD는 한국 노동시장의 큰 격차가 교육 경쟁을 강화하고, 이것이 다시 막대한 사교육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해왔습니다. 따라서 '골든 티켓 신드롬'은 단순히 한국 부모의 교육열을 비판하는 개념이라기보다 교육 경쟁을 만들어내는 노동시장과 사회구조까지 함께 설명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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