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령 '세우타'로 밀려 들어온 7만여 명의 이주민들
지난 7월 말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역외 영토 세우타에서 발생한 집단 월경 사태 당시 모로코 당국이 국경을 넘도록 유도하는 등 최소한 방치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밀입국 조직과 러시아·이스라엘의 허위 정보 유포에 사태의 책임을 돌려온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습니다.
현지시간 3일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 산하 정보기관 국가이민국경센터(CENIF)는 보고서에서 "모로코 경찰이 국경 근처 인파를 줄이거나 해산하거나 이동시키려는 진지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민자 진술과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국경 주변에 배치된 모로코 경찰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적었다며 "모로코 경찰의 대응은 최소한 전적인 방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제복 차림의 모로코 보안당국 요원들이 세우타 해변 쪽으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담긴 보고서 속 사진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우타 사태를 수사 중인 판사가 의뢰해 작성됐습니다.
그동안 친이민 정책을 펴면서 '동맹국' 모로코의 책임에 침묵하던 산체스 총리는 궁지에 몰렸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모로코 당국이 이번 사태를 조직 또는 실행했다고 결론지을 만한 증거는 없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중도우파 야당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전날 "자발적 이주 움직임이 아니라 모로코에서 시작해 모로코 측이 주도하고 조율한 작전이었다"며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립정부 내부에서도 경찰 보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밀입국 브로커 조직을 탓해온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내무장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좌파연합의 안토니오 마이요 대표는 "모로코에서는 정부 모르게 나뭇잎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모로코 정부가 이번 위기에 관여한 게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우타와 스페인 본토 260여 곳에서는 2일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만 최대 15만 명이 모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산체스를 감옥으로', '침략자들은 집으로 가라' 등 반정부·반이민 구호를 외쳤습니다.
지난 7월 30∼31일 모로코에서 스페인 국경을 넘은 7만여 명 가운데 5천 명 이상이 아직 세우타에 남아있고 상당수는 해변 등지의 판잣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임시 수용시설을 만들고 치안 유지와 이민자 지원을 위해 세우타에 3억 900만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이 적십자의 구호물자를 저지하고 이민자들은 스페인 군인과 차량을 공격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