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 현직 공무원이 오늘(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가운데, 피해자 유가족이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주소 노출과 피해자 신변보호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SBS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고인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접근 금지를 신청했으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혹시라도 자신의 위치가 알려질까 두려워 차량 내비게이션 기록과 블랙박스 기록까지 지우며 생활했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감추며 조심했던 고인의 주소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소장을 통해 노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적으로는 이혼 소송 전에 주소 비공개를 위한 별도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혼 소송을 처음 겪는 평범한 사람이 이러한 제도를 미리 알고 필요한 절차를 하나하나 찾아 신청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은 자신의 주소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무섭다'며 울면서 가족에게 전화했다"며 "그렇게까지 조심했고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던 고인이었기에 결국 주소가 노출됐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고 원통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에 대해서도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신변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위급한 순간 신고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만으로 피해자의 생명을 온전히 지킬 수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권유한 임시 거처에 대해서는 "고인의 직장과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외출에도 제한이 있어 기존의 사회생활과 아이의 일상을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해서는 결국 피해자와 아이가 자신들의 기존 생활을 포기하거나 크게 바꿔야 했다"며 "고인이 원했던 것은 특별한 보호가 아니라 가해자의 위협 속에서도 자신과 아이가 안전하게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남겨진 아이에 대한 장기적인 보호 대책도 호소했습니다.
유가족은 "만약 가해자에게 낮은 형이 선고돼 언젠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된다면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과연 가해자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 너무나 두렵다"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아이만큼은 평생 이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실제 피해자의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봐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직 공무원인 30대 남편은 지난 1일 아침 7시 17분쯤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범행 당시 어린 자녀가 현장에 있었던 점을 고려해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오늘 오전 11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