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스타벅스 카드에 쌓인 고객 선불충전금이 4,276억 원에 달하지만, 소비자는 마지막 충전액의 60% 이상을 써야만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 돈을 예금·신탁 등으로 운용해 약 408억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고객에겐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며, 단일 가맹점으로 분류돼 네이버페이 같은 선불지급수단과 달리 금융당국 감독도 받지 않습니다.
지난 5월 불매 논란으로 대규모 환불 요구가 벌어졌고 공정위는 60% 환불 기준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스타벅스는 해당 분기 184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특히 말 많았던 스타벅스엔 고객 돈 4,000억 원이 쌓여 있습니다. 커피값이 아닙니다. 고객들이 미리 충전해 놓고 아직 쓰지 않은 돈입니다. 내 돈이지만 마음대로 다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스타벅스는 이 돈을 운용해 수익을 얻습니다. 내 통장에선 이미 빠져나갔고 아직 커피를 사지도 않은 돈, 이 4,000억 원은 대체 누구 돈일까요?
1. "스타벅스 안 갈래요. 제 돈 돌려주세요"
지난 5월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불매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단순히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카드와 앱에 미리 넣어둔 돈도 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내가 넣은 돈인데 전액을 바로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스타벅스를 더 이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돈을 돌려받으려면 먼저 돈을 써야 했습니다. 온라인에는 9,000원 남은 잔액을 없애려고 1,500원짜리 바나나 6개를 샀다는 인증까지 올라왔습니다. 환불받으려고 원치 않는 소비부터 해야 했다는 겁니다.
A씨 | 서울 양천구
처음에 뭐 60%라고 하니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그냥 다 환불해 준다고 하면 좋잖아요.
스타벅스 카드 약관상 마지막 충전 시점에 기재된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남은 돈을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매 움직임 확산에 따라 이 규정에 대한 불만도 커졌고, 소비자 단체들은 소비자에게 조건 없이 잔액 전액을 환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결국 6월 1일부터 14일까지 딱 2주 동안 60% 조건을 없앴고 사용하지 않은 충전금도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6월 15일, 다시 60% 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2. 안 쓰고 남아 있는 돈, 4,276억 원
스타벅스 감사 보고서를 들여다봤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이 충전해 놓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돈 4,275억 6,311만 원. 1년 만에 325억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4,276억 원은 지난해 사람들이 충전한 돈 전체가 아니라 쓰고도 남아 있는 돈입니다. 지난해 한 해 새로 발생한 선불 충전금은 1조 7,497억 원, 사용되거나 환불된 돈은 1조 7,172억 원입니다. 1년에 1조 7,000억 원 넘는 고객 돈이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나간 겁니다. 고객이 커피를 사기 전까지 스타벅스의 손에 있는 돈입니다.
3. 내 통장에선 사라졌는데, 스타벅스 매출은 아니다
스타벅스 카드에 5만 원을 충전하면 내 통장에선 5만 원이 빠져나갑니다. 아직 음료를 안 샀다면 스타벅스는 현금을 받았지만 그 대가를 아직 제공하지 않은 것이므로 충전금 5만 원을 곧바로 매출로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고객이 요구하면 5만 원어치 커피나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건데, 이 돈이 회계 장부에서 선수금이라는 부채로 기록되는 이유입니다.
내 돈이냐 스타벅스 돈이냐는 질문은 조금 복잡합니다. 충전하는 순간 내가 가진 현금은 스타벅스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로 바뀝니다. 스타벅스는 현금을 갖게 되는 대신 그만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사이입니다. 이미 스타벅스에 들어간 현금, 커피로 바뀌기 전까지 이 돈은 어디에 있을까요?
4. 나는 이자 0원, 스타벅스는 408억 원
금융감독원 자료 등을 보면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미리 낸 선불 충전금을 은행 예금과 신탁 등으로 운용해 왔습니다.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고객들이 충전한 돈을 모두 합하면 2조 6,000억 원이 넘습니다. 스타벅스가 선불 충전금을 예금과 신탁 등으로 운용해 거둔 이자와 투자 수익은 약 408억 원입니다. 고객에게는 별도의 이자가 지급되지 않죠. 스타벅스가 408억 원을 벌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고객은 이자를 받기 위해 돈을 맡긴 게 아니라 상품을 사기 위해 미리 결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측도 비은행권 운용 자금은 원리금 보전형 등 안정성을 고려한 상품에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돈 낸 사람은 마음대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지만 돈 받은 회사는 그 돈을 운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돈이 4,000억 원 넘는데 이 정도 규모면 금융회사처럼 관리되고 있을까요?
5. 네이버페이 5만 원과 스타벅스 5만 원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에 5만 원을 충전하면 스타벅스 5만 원 충전과 마찬가지로 앱에는 잔액 5만 원이라고 표시됩니다. 하지만 네이버페이처럼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 전자지급 수단에 해당해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습니다. 반면 스타벅스 충전금은 스타벅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매장이 본사 직영이어서 법적으로 하나의 가맹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선불 전자지급업 감독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돈의 액수보다 그 돈을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법적으로 더 중요한 기준인 셈입니다. 국회 정무위 강민국 의원은 스타벅스가 고객의 선불 충전금을 운용해 40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은 소비자 자산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6. 스타벅스에 문제가 생기면 내 돈은?
만약 스타벅스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 돈은 어떻게 될까요? 스타벅스는 관련법에 따라 보증 보험에 가입해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증액은 약 4,025억 원, 선불충전금 4,276억 원의 약 94% 수준입니다(*예금자보호제도와는 다른 보호방식). 다만 네이버페이 같은 선불 전자 지급 수단은 별도 관리와 안전자산 운용 등 금융 당국의 규율이 있지만 스타벅스 선불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7. 내 돈인데 왜 60%
를 써야 하나?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가 충전한 돈인데 왜 60%를 써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스벅카드 같은 충전식 금액형 상품권에 적용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는 상품권 금액의 60% 이상, 1만 원 이하는 80% 이상 사용한 뒤 소비자가 잔액 반환을 요구하면 남은 돈을 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문화 상품권, 다른 커피 업체의 선불 카드도 비슷한 기준입니다. 다만 공정위 표준 약관은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권고 기준입니다.
8. 오래된 규칙, 이제 바뀔까?
왜 하필 60%일까요? 일정 금액 이상을 써야 잔액을 돌려주는 기준은 지금은 사라진 상품권법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품권 깡' 같은 현금화 악용 가능성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해 만들어진 기준인데,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뒤에도 공정위 상품권 표준 약관에 60% 기준이 남았고, 이후 모바일 상품권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주병기 | 공정거래위원장 (2026. 5. 26)
60% 요건을 너무 낮추면.. 카드깡 등 불법 현금화 용도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소비자의 돈을 보호하자고 무조건 100% 환불을 허용하면 상품권이 현금을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60%가 반드시 적절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주병기 | 공정거래위원장 (2026. 5. 26)
60%가 적정한지 검토하고 있다.
스타벅스 사태가 벌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존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소비자가 미리 낸 돈에 대한 권리를 지금보다 더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와 환불 문턱을 지나치게 낮췄을 때 상품권이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지금은 선불카드와 모바일 상품권이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기업의 앱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존의 60% 환불 기준이 스타벅스 같은 4,000억 원대 선불 경제에도 적절한가? 스타벅스 사태는 이 질문을 다시 꺼내놨습니다.
9. 기업은 왜 돈부터 충전받을까?
고객 입장에선 결제가 빠르고, 리워드를 받을 수 있고, 자동 충전도 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미리 충전한 돈이 회사에 이미 들어왔고, 그 고객은 남은 돈을 쓰기 위해 다시 그 매장을 찾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현금을 먼저 확보하면서 미래의 소비까지 자기 회사 안에 묶어두는 것, 이른바 '락인 효과'입니다. 지난 5월엔 이 구조가 평소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던 겁니다.
10. 두 달 뒤, 184억 적자
전상진 |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2026. 5. 26)
지금 저희가 매출 따질 계제는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매출 감소가 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환불 사태 이후 첫 분기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분기 매출은 7,473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고, 영업손익은 지난해 2분기 403억 원 흑자에서 올해 2분기 184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6월 여름 프리퀀시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 등을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습니다. 특별 환불 규모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불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환불 사태 때문에 184억 원 적자가 났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불매 논란과 대규모 환불 요구가 불거진 바로 그 분기에 스타벅스의 실적 역시 크게 악화됐습니다.
11. 4,000억 원이 던진 질문
커피 선불카드부터 상품권, 기프티콘, 간편 결제 충전금까지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사용하는 소비는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똑같이 '잔액 5만 원'이라고 표시돼 있어도 그 돈의 성격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어디에 충전했느냐에 따라 환불 조건도, 회사가 돈을 보관하는 방식도,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우리가 앱에서 무심코 누르는 '충전'이라는 버튼, 편리함을 얻는 대신 내 통장의 현금을 특정 기업에서 상품을 살 수 있는 권리로 바꾸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에 그렇게 쌓인 돈이 4,276억 원입니다. 기업은 그 사이 현금을 운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원한다고 언제든 전액을 현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과거 상품권 시대부터 이어져 온 60% 기준을 지금의 수천억 원대 선불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맞는지 스타벅스 사태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커피 회사에 쌓인 4,000억 원, 이 돈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Deep Dive Q&A
Q1. 스타벅스는 고객 선불 충전금으로 4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검사를 받지 않나요?
A1. 스타벅스 매장이 법적으로 하나의 가맹점(본사 직영)으로 간주되어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업' 감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여러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충전금은 금융당국의 감독 규율을 받지만, 스타벅스 충전금은 단일 사업장에서만 사용되므로 선불전자지급업 등록 및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스타벅스는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누적 2조 6,000억 원이 넘는 충전금을 은행 예금과 신탁 등으로 운용해 약 408억 원의 이자 및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은 고객의 선불 충전금을 운용해 40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은 소비자 자산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Q2. 내가 충전한 내 돈인데, 왜 60% 이상을 사용해야만 남은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있나요?
A2.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상품권 금액의 60% 이상(1만 원 이하는 8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반환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은 과거 '상품권법' 시절부터 '카드깡' 등 불법 현금화 용도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막고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해 만들어진 오래된 규칙입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무조건 100% 환불을 허용하면 상품권이 불법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4,000억 원대 이상의 선불 경제 규모에 과거의 60% 기준이 적정한지 불만이 커짐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해당 기준이 적정한지 다시 검토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