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부 경장이 실종 사건을 마음대로 종결하고 삭제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부실한 시스템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이미 2년 전 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실종자 대면 확인 같은 시스템 개선책이 제안됐습니다. 경찰은 뭐가 문제인지 다 파악하고도 '허위 종결'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놓쳤습니다.
하정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4년 10월, 현역 군 장교 양광준이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화천 북한강 살인사건'.
[(피해자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된 양광준은 사건 당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여성 목소리를 흉내 내며 피해자인 척 실종신고의 해제를 시도했는데, 경찰은 발신자 성별을 남성으로 표기해 놓고도 피해자의 전화가 맞다고 넘겨버렸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서울경찰청이 이 사건을 분석한 후 작성한 '실종사건 수사체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입니다.
대면 등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직접 안전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신고자 의사만으로 실종사건을 종결했다, 시스템상 관리자의 확인이나 승인 절차가 없었다, 실종신고 종결 과정도 미흡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확인해야 한다'와 같은 실종 신고 종결에 대한 개선책도 포함돼있고 특히 이번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에서 심각한 허점으로 드러난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개선 방안도 이미 이때 경찰청에 건의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종 신고 해제를 요청하려면 관리자의 승인절차를 밟게 하자 신뢰할 만한 안전확인 절차를 수행하고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대면으로 안전을 확인했는지 체크하는 '시스템상 팝업 기능'을 추가하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관리자 승인 절차 등은 제주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 경찰이 내놓은 대책에도 담겨 있는데, 이미 2년 전 고칠 기회가 있었던 셈입니다.
경찰청은 당시 건의 사항을 반영해 시스템 재구축을 계획했지만 설계 예산만 확보됐었다며 올해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소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