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외교·안보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7일 백악관에서 "캐나다에서 수많은 공장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은 "미국의 적대국이 아닌 동맹국들을 상대로 왜 이런 조치에 집중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캐나다 당국자들은 우리를 아주 형편없이 대했고, 정말 고약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캐나다가 미국 농민들에게 최대 4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무역에서 상대하기 가장 최악의 나라는 어디냐고 사람들이 묻는데, 답은 아주 쉽다. 캐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캐나다는 자신들이 당연히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캐나다 정치권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 "불량배"라고 표현했고,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재무장관은 "내 일은 캐나다와 캐나다 국민, 기업과 산업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패트릭 브라운 브램턴 시장도 "캐나다가 원해서 시작한 무역전쟁이 아니다"라며 "왜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상대로 이런 경제적 공격을 벌이는지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샴페인을 터뜨리며 반기고 있는 것은 아시아와 유럽연합의 경쟁자들뿐"이라며 북미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온타리오호의 미국 내 공식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지금 즉시 '아메리카호'로 바꾼다"고 선언했고, 백악관 측은 호수 전체 수량의 대부분과 가장 깊은 부분이 미국 쪽에 있다는 점을 개명 이유로 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즉각 조롱 섞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앤드리아 호워스 해밀턴 시장은 "해밀턴이 '호수의 머리'라면 내가 이제 '미국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냐"며 "내가 미국의 시장이라면 당장 관세를 없애고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왑 키뉴 매니토바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시도를 "전성기가 한참 지난 록밴드가 카지노에서 50년 전 히트곡을 다시 연주하는 것"에 비유했고, 패트릭 브라운 시장은 "우리 총리가 미시시피강 이름을 바꾸겠다고 하면 미국에서도 엄청난 반발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국 갈등의 배경에는 지난주 막판에 결렬된 무역협상이 있습니다. 캐나다 측은 미국이 캐나다의 제3국 무역협정과 통상정책에 제약을 두려 했다며 이를 사실상 주권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측 주장은 다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우리는 합의를 마쳤고 악수까지 했으며 대통령도 발표했다"며 "캐나다가 정치적 이유로 협상에서 발을 뺐다"고 주장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캐나다가 협상 막판 중·대형 트럭에도 승용차와 같은 수준의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면서 "금요일 오후 4시 전까지는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던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누군가 합의를 원하지 않을 때 '초록색 옷을 입어야만 합의하겠다'고 갑자기 말하는 것과 같다"며 캐나다가 협상을 깨기 위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뒤늦게 추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캐나다 문제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며 캐나다산 자동차에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캐나다 등 동맹국에는 더 많은 양보와 부담을 요구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과 계속 거래할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지금까지 러시아는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꽤 잘 행동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서도 "우리도 중국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한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유럽과 캐나다에 방위비 부담 확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유럽 대륙에는 엄청난 추진력이 생겼고 국방비도 대폭 늘고 있다"며 독일과 폴란드 등의 국방비 증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동맹국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이라며 "일본과 캐나다에도 기대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류지수,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