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일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산사태로 수백 명이 사망·실종된 상황에서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전하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주민 비벡 쿠말(24)은 신축 주택 외부에서 화장실 구덩이를 파다가 '쉬익'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거센 물살과 진흙, 바위가 거대한 벽을 이루며 쏟아져 내려오면서 내는 굉음이었습니다.
1.5m 깊이의 구덩이 속에서 일하던 쿠말을 향해 동료 4명이 어서 나와 도망치라고 소리쳤고, 그가 허둥지둥 구덩이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동료들은 이미 대피한 뒤였습니다.
쿠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대한 물의 벽이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급류에 휘말려 하류로 쓸려 내려가던 쿠말은 "운 좋게도 망고나무에 걸려 멈춰 섰다"며 "망고나무가 없었다면 휩쓸려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10대 때인 2015년 약 9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네팔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쿠말은 이번에는 나무 한 그루 덕분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자신이 일하던 집이 휩쓸려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쿠말은 이후 경찰에 구조됐습니다.
그는 수도 카트만두의 국립외상센터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습니다.
쿠말의 맞은편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는 11살 소녀 리하나 라미차네는 "학교에 있었는데 그 일(홍수)로 학교 문을 닫아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홍수 물이 쏟아져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슴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내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딸을 찾기 위해 달려왔다는 라미차네의 어머니 리타는 "딸에게 큰일이 생기지 않아 기쁘다"며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케샤브 프라사드 바라알(68)은 "거대한 진흙더미가 우리를 향해 곧장 밀려왔다. 가까워질수록 높이가 점점 더 높아졌다"며 "진흙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아내의 손을 잡고 테라스로 피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진흙에 휩쓸려 가버렸다"고 전했습니다.
바라알은 "4∼5시간 뒤 헬기가 와서 나를 구조했다"며 "아내는 여전히 어딘가 진흙더미 아래에 있다. 아내는 떠나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중국인 팡 모 씨는 오전 가족·지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중국에서 네팔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쯤 중국·네팔 국경검문소에서 약 4㎞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거대한 흙탕물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앞쪽의 나무와 전봇대가 모두 쓰러져 있었고 큰물이 우리를 향해 밀려왔다"며 "차를 돌릴 틈도 없어 그대로 후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뒤따라오던 차에도 손을 흔들며 앞으로 가지 말라고 알리며 계속 후진했습니다.
그는 "3㎞ 정도 물러난 뒤에야 물살이 그렇게 거세지 않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팡 씨는 통신시설 복구차 한 대가 앞으로 갔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고, 이후 짙은 안개까지 끼면서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행히 큰 사고를 피했지만, 산사태 발생 지역인 티베트자치구 르카쩌(日喀則·시가체)시 지룽현에 있는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현재 네팔 157명·중국 3명 등 최소 160명으로 늘었습니다.
실종자도 확인된 숫자만 네팔에서 484명, 중국에서 558명에 달해 인명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