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장기실종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농장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구속된 제주지역 현직 경찰관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A 경장이 아직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왜 실종신고를 임의 종결했는지', '본인에게 어떤 실익이 있었는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미란(37)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나갔습니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는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 43분 112로 실종신고를 했고 당시 야간당직자였던 A 경장이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실종 신고가 접수되자 신고자를 만나 상황 설명을 듣고, 장 씨 휴대전화 위치값인 한림항 주변을 수색했습니다.
그러다 A 경장이 신고 접수 2시간 30여 분 만인 오후 9시 16분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고 사건을 종결하면서 수색 중이던 경찰도 철수했습니다.
A 경장은 사건을 종결하며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 씨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이때 A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려고 '교통사고 사상자'라는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변사나 교통사고 사상자 등의 특별한 사유의 유형 코드를 선택해야 시스템 관리목록에서 관련 자료가 삭제됩니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 오후 6시 2분에도 당직을 하던 중 6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5시간 반만인 오후 11시 38분 장 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허위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60대 남성 시신은 55일 만에 발견됐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A 경장이 장 씨 등과 통화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 경장은 구속돼 조사받으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렇다면 A 경장은 왜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했을까? 성인 실종사건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된다고 하더라도 하루 이틀 내 실종자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실종신고에 따라 실종자를 찾는다 하더라도 실종자가 반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A 경장도 안이한 판단으로 첫 신고를 받았을 때 곧 장 씨가 나타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하에 사건을 자체 종결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지역 한 경찰은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단순 가출이나 자진 귀가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몇 번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종결하고도 문제가 생기지 않자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 남습니다.
60대 남성 실종자 가족은 신고 당시 실종자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정황도 같이 알렸습니다.
이때 A 경장은 신속하게 사실관계 여부를 따져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실종자 신원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A 경장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실익이 적은 데다 실종신고를 접수했더라도 특별히 업무가 더 늘어날 일도 없습니다.
A 경장이 장 씨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수색은 한림파출소가 맡았던 것이 실례입니다.
경찰 수사 부서 관계자들도 통화에서 A 경장의 허위 종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내부에서도 왜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는지 궁금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