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 D&A가 구상하는 전자전기의 가상도
방사청 5급 사무관 A씨에게 수억 원 대 뇌물을 주고 6개 국가방위사업을 따낸 방산비리 혐의로 부사장 B씨 구속 기소, 상무 C씨 불구속 기소의 불명예을 안은 LIG D&A가 지난 21일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사죄문인 줄 알았는데 "전자전기(Electronic-warfare aircraft) 사업과 이번 사건은 무관하다"는 항변서였습니다. "LIG D&A 임원들이 뇌물 주고 따낸 사업들은 1조 7천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 수주의 기반이 됐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지난 18일 이용철 방사청장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서 "방사청 A씨가 받은 뇌물과 LIG D&A의 전자전기 사업 수주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검찰 수사결과와 충돌하는 LIG D&A 입장자료의 육성 버전 같았습니다. 방사청과 방산 대기업이 2명 구속 기소, 4명 불구속 기소의 검찰 방산비리 수사결과에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방사청 공무원이 받은 뇌물 액수, 방산 대기업인 LIG D&A 임원 2명 기소만으로도 이번 사건은 사상 최대 방산비리입니다. 방사청은 피고 기관이고, LIG D&A은 피고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피고 기관, 피고 기업끼리 입을 맞춘 듯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전후로 이심전심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방사청은 LIG D&A의 방산비리에 머잖아 행정제재를 부과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동병상련의 동료 피고인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요.
"전자전기 핵심기술들 부정 수주...전자전기 체계사업 수주"수원지검은 "2021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방사청 사무관 A씨가 LIG D&A 측으로부터 뇌물 4억 6천만 원을 받은 대가로 6개 국가방위사업을 LIG D&A에 몰아줬다"고 밝혔습니다. 수원지검은 LIG D&A가 부당하게 수주한 6가지 사업 중 3개 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과제, 전자 주사식 레이더 대응 재밍 기술 과제, 실시간 광대역 다중위협 신호환경 모의 기술 과제입니다.
신호탐지, 레이더 대응 재밍, 실시간 광대역 다중위협 신호환경 모의는 모두 전자전기 개발에 긴요한 기술로 통합니다. 당연히 3가지 기술 과제를 수행한 업체는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전자전기 사업 제안서 평가가 한창일 때 LIG D&A 고위직들은 "전자전기 핵심기술에서 상대편이 LIG D&A를 쫓아올 수 없다"고 자신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수원지검은 LIG D&A가 부정하게 수주한 3개 사업에 대해 "사업비 1조 7천억 원 상당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핵심 또는 관련 기술", "1조 7천억 원 대규모 사업 수주의 기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LIG D&A는 2021년 9월부터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관련 기술 과제 사업을 단계적으로 수주할 계획을 세웠다"고도 했습니다. 전자전기는 적의 통신망,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공군 전략자산으로 개발되는 바, 수원지검은 이번 사건을 "국가의 안보와 핵심 산업을 뒤흔드는 반국가적 중대범죄"라고 못 박았습니다.
피고 기관·기업의 이심전심 한목소리LIG D&A의 지난 21일 입장자료는 검찰 규탄서를 방불케 했습니다. 먼저 "전자전기 사업 평가에는 해당 공무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방사청의 사정을 대신 전했습니다. 이어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3가지 과제로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주관업체가 선정되었다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검찰의 수사결과를 깎아내렸습니다.
LIG D&A는 한발 더 나아가 입장자료에서 뇌물 먹여서 따낸 사업을 '해당 공무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과제'라고 높여 불렀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당당함입니다. "구속 기소된 LIG D&A의 B씨가 범행할 때 직속상관 자리에 있던 사람에 대한 수사가 없어서 부실수사라는 말이 많은데 LIG D&A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를 부정하는 LIG D&A의 유체이탈 화법이 놀랍다"는 반응이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수원지검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이자, LIG D&A의 입장자료 발표 사흘 전인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청장은 간담회에서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 직원이 전자전기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LIG D&A의) 뇌물과 전자전기 사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LIG D&A 입장자료의 맥락과 일치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방사청과 LIG D&A는 사상 최대 방산비리를 일으킨 개인들이 소속된 기관이고 회사입니다. 방산비리 사건의 한 축을 차지한 정부부처의 책임자가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전에 기자간담회 자청해 이런 발언을 한 것도 눈을 닦고 봐야 합니다.
'검찰 악마화'에 편승?…'방산비리 올드 노멀' 또?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가운데 놓고 피고 기관과 피고 기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격하는 품새가 영 이상합니다. 피고인들이 앞뒤로 검찰을 샌드위치처럼 포위한 형국입니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악마화하니까 방사청과 LIG D&A도 이에 편승해서 덩달아 검찰을 공격함으로써 살 길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듭니다.
방사청은 감독 기관이고, LIG D&A는 피감독 기업이라는 사실도 이번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LIG D&A 임원들의 방산비리 기소에 따라 방사청은 LIG D&A의 방위사업법, 국가계약법 위반 행위를 제재해야 합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을 보아하니 엄정한 제재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입니다. 작은 도둑 잡고, 큰 도둑 놓아주는 K-방산비리의 올드 노멀이 재발하는 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