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11 2년 전, 도하가 떠났던 날
01:01 또 다른 끔찍한 순간들
02:58 방임한 사범 3명은 현재
04:22 누구 한 명이라도 주변에 말했더라면
27분 동안 매트 속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숨진 고 최도하 군을 기억하십니까? 이 사건을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서, 2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 2년 전, 도하가 떠났던 날
2024년 7월, 경기도 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당시 만 세 살이었던 고 최도하 군이 숨졌습니다. 태권도장 관장 최 모 씨가 아이를 일부러 매트 사이에 거꾸로 집어넣었고, 살려달라는 도하의 외침에도 꺼내주지 않은 겁니다. 결국 최 씨는 아동학대살해와 상습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도하 군이 매트 속에서 외친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듣고도 모른 척했던 건 관장만이 아니었습니다. 태권도장의 사범들도 있었죠. 관장이 아이들을 학대할 때, 사범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 물음에서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시점에 취재가 계속된 겁니다.
2. 또 다른 끔찍한 순간들
저희가 입수한 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약 두 달 동안 태권도장 내부를 촬영한 CCTV 영상입니다. 당시 관장 최 씨가 삭제했다가 이를 포렌식을 통해 복구하면서, 영상이 초 단위로 끊기고 잘려 파일이 300개가 넘었습니다. 하나하나 돌려봤더니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장면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관장이 고 최도하 군의 팔을 줄로 묶은 채 공중에서 빙빙 돌립니다. 땅에 떨어진 도하 군은 힘을 잃어 축 쳐졌습니다. 그런데도 관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팔까지 함께 묶어 다시 아이를 공중에서 돌립니다. 또 기절한 듯 축 늘어집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던 사범은 뭘 했을까요? 말리거나, 아이를 구하거나, 관장에게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영상도 있습니다. 관장이 팔을 크게 휘둘러 아이의 머리를 때립니다. 아이가 겁에 질려 벽에 붙어 울고 있는데도 관장은 날아차기를 하듯 발을 들어 올립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범들 B 씨와 C 씨는요 활짝 웃고만 있습니다. 도하 군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 영상도 있었습니다. 관장이 도하 군을 높은 매트 위에 올려놓고선 떨어트리려는 발로 차는가 하면, 5분가량 엎드려뻗치는 자세를 유지시키고요, 매트 속에 최 군을 또 넣었습니다. 한 사범은 도와주기는커녕 다가와서 도하 군을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영상으로만 이런 상황들을 접한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들의 생각은 달랐던 걸까요? 이 사범들은 법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관장 최 씨가 난폭해서 말을 걸기 어려웠고,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3. 방임한 사범 3명은 현재
사범은 모두 세 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A 씨는 지금 아동학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CCTV에 A 씨가 직접 아이를 학대한 장면이 찍혔기 때문인데요. 울고 있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당겨서 강제로 들어 올린 것이죠. 아까 크게 웃고 있던 나머지 두 명, B 씨와 C 씨는요, 직접 아이를 때리거나 학대한 장면이 확인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처음에는 일반적인 형사재판이 아니라 '아동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어갔는데요. 아동보호사건으로 넘어가면, 전과도 남지 않는 보호관찰, 상담위탁,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만 받게 됩니다. 여기서 반전이 생깁니다. 법원이 이 사건은 단순히 보호처분으로 끝낼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지난 10일, 의정부지방법원은 B 씨와 C 씨 사건을 검찰로 다시 보냈습니다. 다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도 있고, 검찰에서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생긴 겁니다. 매트 사이에 끼어있는 도하 군을 흔들었던 B 씨는 심지어 법정에서 자신을 '태권도 지도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재판장이 물었죠. '지금도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칩니까?' B 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4. 누구 한 명이라도 주변에 말했더라면
도하 군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민영/고 최도하 군 어머니 : 아이들이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당할 때 (사범들이) 옆에서 웃고 있었다. (사범들이 저한테라도) 와서 얘기를 했으면 애들은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니냐고….]
학원 차량으로 아이들을 데려다주면서라도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상황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요? 결국 주목해야 할 건 이 부분입니다. 학대를 직접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상황을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지금도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어른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괜한 오지랖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112 또는 129로 신고하면 되겠습니다.
(취재 : 이세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임우식,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