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공무원의 수뢰액 4억 6천만 원, 방산 대기업 임원들 기소, 915억 원 규모 6개 사업의 부정, 1조 7천억 원 전자전기 사업의 불공정… K-방산의 대표주자인 LIG D&A의 임원들이 협력업체를 통해 세탁한 뇌물을 방사청 5급 사무관에게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무기 사업을 무더기로 따낸 방산비리가 터졌습니다. 뇌물 액수, 연루 사업 규모, 피고들의 면면을 봤을 때 K-방산 사상 최대의 방산비리입니다.
수원지검이 쫀쫀하게 수사해서 끌어낸 결과일 테지만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방산업계뿐 아니라 방사청에서도 나옵니다. 방사청장조차 어떻게 방사청의 5급 사무관 한 명이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는지 납득 못하고 있습니다. LIG D&A의 연루자들도 결국 꼬리 아니냐는 의심이 방산업계에서 움트고 있습니다. 실체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부실수사 아니냐는 것입니다.
K-방산은 국뽕에 취하고 거품에 뒤덮인 채 구름 위를 걷다가 잇따른 해외 수주 실패로 밑천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심기일전 할 타이밍에 대형 방산비리가 터졌습니다. 썩은 뿌리 확실하게 뽑아내야 산뜻하게 새출발할 수 있습니다.
소소한 직원 시절에 '반국가적 중대 범죄'를?구속된 방사청 사무관 A씨는 LIG D&A에 점수를 몰아준 덕에 LIG D&A는 915억 원 규모의 6개 사업을 따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3개 사업은 전자전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과제입니다. 검찰은 LIG D&A가 전자전기 관련 3개 사업을 수행한 덕분에 1조 7천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을 수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요 안보 사업을 뇌물로 농락한 비리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을 반국가적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범행 개시 시점은 2021년 말입니다. LIG D&A에 따르면 기소된 LIG D&A의 부사장 B씨와 상무 C씨는 그때만 해도 임원이 아니었습니다. 상급자인 B씨는 범행 개시 1년 여 만인 2023년 1월 임원이 됐습니다. 비임원, 일반 직원 시절에 반국가적 중대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셈입니다. 범행이 끝나는 2025년 말이라고 해봐야 B씨의 직급은 상무였습니다.
방산업계에서는 "대기업 상무급, 부장급이 일 욕심에 스스로 책임 떠안으며 인생을 걸고 반국가적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리 만무하다", "몸통 지키기 위해 꼬리 자르는 수법이다", "현재 대표이사도 첫 임기의 초보라서 큰 결심 못했을 테고, 그러니까 검찰은 더 위 쪽을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특히 기소 임원 중 상급자인 B씨는 범행으로 사업을 따는 모험과 거리가 먼 연구 전공자입니다. 윗선의 개입 가능성은 없을까. LIG D&A 측은 "대표이사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상 최대 비리 인정하면서 개인 일탈이라는 방사청방사청은 이번 사건이 사상 최대의 방산비리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방사청은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5급 한 사람이 어떻게 혼자 이런 일을 벌였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방사청 직원들의 추가 연루 가능성을 놓치면 안 됩니다. 가장 주목받는 사람들은 영남의 특정 고등학교와 특정 대학교를 졸업한 ROTC 장교 출신들인 이른바 KK입니다. 구속된 방사청 5급 A씨가 KK이고, A씨 외에도 방사청에 여럿 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에 ROTC까지 엮였으니 서로 친하고 각별한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LIG D&A에도 KK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방사청 KK는 10명 미만이고, 예전에는 자기들끼리 끈끈하고 두터운 관계였다", "지금은 사적 교류가 끊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듣기 참 난감한 발언이었습니다. 초대형 비리가 터져 의심의 눈초리가 따가운 와중에 KK들한테 "당신들끼리 친해요?"라고 물어보면 하늘이 두 쪽 난대도 "소원하다"고 답할 터. 방사청장은 그런 면피성 주장을 액면 그대로 좇아서 "사적 교류가 끊어졌다"고 단정하다니… 개인 일탈론에 이어 이제는 KK 소원론까지 나온 것입니다.
이용철 청장은 "(LIG D&A측이) 사무관 정도에게 이렇게나 많은 돈을 줬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고도 했습니다. 방산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방사청 내에 추가적인 관련자가 있는지 더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LIG D&A 꼬리 자르기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상 최대 방산비리가 적발됐지만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수원지검은 방산업계의 이런 목소리들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이 보도자료에 적었듯 방산비리가 더 이상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또 국뽕과 거품에 휩싸여 뜬구름 위를 헛걸음질하는 K-방산의 재기를 도와주고 싶다면 수원지검은 다시 한번 사건을 종횡으로 꿰뚫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