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거제에 내린 폭우는 비의 양도, 강도도 모두 기록적이었습니다.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수준의 집중호우였는데요.
직전까지만 해도 남부 지방은 극한 가뭄에 시달렸는데, 갑자기 이런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난 원인은 무엇인지, 정구희 기자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기자>
토양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수분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땅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폭염으로 가뭄이 들면 열을 식혀줄 토양 수분이 줄어들겠죠.
그러면 냉각 효과가 감소하게 되고, 비가 내리지 않는 한 폭염이 다시 심화되고, 이게 다시 가뭄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기상청이 지난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을 분석해 보니, 비가 내린 날인 강수일수는 10년마다 0.68일, 즉 100년 동안 6.8일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연 강수량은 100년에 178mm 증가했습니다.
비가 내린 날이 줄었는데 강수량이 늘었다는 건 이번에 거제와 통영 일대처럼 비가 내리지 않다가 한 번에 많은 비를 쏟아냈다는 얘기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강한 비는 더 잦아집니다.
가로, 세로, 높이 1m 부피의 공기에는 10℃일 경우, 수증기가 최대 9.4g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공기 온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최대 수증기량은 약 70%씩 많아집니다.
공기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수증기량이 7% 늘어나니까, 그만큼 한 번에 쏟아지는 비의 양도 많아지게 됩니다.
즉,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가뭄과 폭우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겁니다.
오늘(18일)도 거제에는 약 40mm 정도 되는 비가 내렸습니다.
지금 북태평양 고기압은 이렇게 일본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겁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조금 북상하면서 내일은 호남과 충청 남부, 그리고 경북 서부에 5~30mm 정도의 비가 오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남부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당분간 강한 비 소식은 없지만 이런 기압 배치에서는 저기압이나 찬 공기가 접근하면 언제든 많은 비가 올 수 있습니다.
극심한 폭염 때 한반도를 덮고 있던 이중 고기압이 태풍을 막았던 것과 달리, 만약 이번에 태풍이 발달할 경우 우리나라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고기압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