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축하와 위로를 건넬 때 쓰이던 화환이 이제 시위 현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화환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을 처리해야 하는 지차체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앞에 근조화환 200여 개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 일대를 주택 신규 택지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시민들이 보낸 화환들입니다.
뜻밖의 장소에서 애도의 상징인 국화꽃 무리를 마주한 시민들 생각은 엇갈렸습니다.
[A 씨/20대 여성 : 좀 당황스럽기는 해요. 전시보러 온 입장이니까. 굳이 여기다 해야 됐을까?]
[B 씨/20대 여성 : 표현의 자유는 있는 거니까. 여기에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고요.]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배재고 앞을 가득 메웠던 125개의 화환은 지난달 초 강동구청에서 모두 수거해 창고에 보관 중입니다.
생화는 이미 힘없이 시들었고 색색의 플라스틱 조화도 빛이 바랬지만 현행 규정상 당장 폐기할 수도, 재활용 업체에 넘길 수도 없습니다.
도로법상 불법적치물로 보고 인력과 예산을 들여 일단 수거했지만, 그 경우 주인이 나타날 걸 대비해 홈페이지 공고 후 한 달 동안 보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청 관계자 : 민원도 많이 들어왔었죠. '왜 그걸 치워 가느냐'. (반면에) '위험하니까 빨리 치워달라'. 계속 항의전화도 들어왔습니다.]
화환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몇 시간 안에 배달해 준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등장한 가운데 각 지자체는 고심에 휩싸였습니다.
화환을 옥외광고물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지자체도 있는데, 현행법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된 광고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화환을 규제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지는 해석이 모호한 상황입니다.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공공재 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굉장히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거고 당파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시위용 화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일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요.]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민 불편을 줄이려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이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