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4일 조정식 국회의장을 면담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업체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방한 이틀째인 14일 한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입니다.
지난해 방한 때 차세대 원전의 가능성과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면 올해는 테라파워가 차세대 원전 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이후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이번 방한을 계기로 SK이노베이션,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과의 실질적인 사업 협력이 본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데 이어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회동했습니다.
이어 서울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테라파워의 SMR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SMR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 보급을 위해서는 테라파워의 표준설계와 한국의 신뢰성 높은 대량 양산 공급망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며 "지난 50여 년간 구축해 온 '파운드리급 원전 제조·건설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국이 테라파워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장관은 게이츠 이사장에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테라파워의 핵심 공급망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공감대에 이어 구체적인 비즈니스 협력도 이뤄졌습니다.
면담 직후 김 장관, 게이츠 이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테라파워와 SK이노베이션 간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 체결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테라파워의 SMR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역시 이날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미국 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습니다.
HD현대는 정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서울에서 만나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기술, 제조, EPC(설계·조달·시공)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체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는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상용화에 앞서 생산설비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게이츠 이사장이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냉각재로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처럼 물이 아닌 나트륨(소듐)을 사용하는 기술을 적용해 발전 효율과 안전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모듈당 발전 용량은 345㎿(메가와트)로 약 25만 가구가 사용하기 충분한 전력량입니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 1호기 건설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상업 규모의 차세대 원전이 미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첫 사례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투자 등을 통해 테라파워와의 협력 기반을 꾸준히 확대해왔습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지주사 SK㈜는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2억 5천만 달러(약 3천800억 원)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2023년 3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가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의 실증과 상업용 원자로 개발 등에서도 협력해 왔습니다.
HD현대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천만 달러(약 450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미 HD현대는 테라파워의 1기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 중입니다.
지난 5월에는 MOU를 체결해 테라파워가 나트륨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이 EPC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제작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 첫 SMR(1호기)의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한 이후 설계 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 테라파워와 협력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짓기가 쉽고, 안전해 수요지인 대형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원으로 주목을 받아 온 차세대 기술입니다.
인공지능(AI) 전력난을 해소할 최적의 방안으로 꼽혀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SMR이 개발 중입니다.
전 세계의 기업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합종연횡하며 새롭게 형성되는 SMR 시장 선점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 원전시장의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SMR 노형 투자 및 사업개발과 공급망 진입은 원전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특히 SMR 공급망 형성 초기인 현재가 한국 기업들이 해외 SMR 공급망에 진입하는 적기로 판단되며, 이번 면담을 통해 향후 대기업뿐만 아니라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